[시론-박훈] 지하경제 양성화 성공의 길 기사의 사진

박근혜 정부 시작부터 지하경제 양성화가 큰 화두이다. 정부 차원의 지하경제를 지상경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증세를 하지 않으면서 복지재원 마련 등 지출규모가 정해진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기관의 각오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보듯 어느 때보다 결연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공약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인 지하경제를 15% 이하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정해져 있다. 어떻게 하면 지하경제 양성화가 가능할까?

첫째, 지하경제 양성화의 필요성과 지속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복지재원 마련과 관련지어 이야기되고 있지만 조세정의 차원에서 계속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세청, 관세청을 통해 대표적인 탈세 적발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크다. 다만 전시성이 아니라 지하경제를 통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 반드시 추적과세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정부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그 기관의 권한 확대와 조직 팽창이라는 속성이 있다. 이 때문에 지하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정부기관 간 원활하게 제때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이 직접적으로 과세정보와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이 논란이 되는 것도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어떠한 정보가 한데 모아지고 활용도가 높아지는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차원에서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금융거래정보가 기존 국세청의 과세정보와 보다 신속하게 결합되어 그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은 현시점에서 필요하다.

셋째, 조직화·첨단화·지능화·국제화되는 탈세 거래에 대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이 오히려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조소 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조세 회피를 해 왔고 앞으로도 할 자들은 국가의 노력에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인다. 금융계좌를 둘러싼 국세청의 과세강화 노력에 대해 벌써 현금인출, 현금 이외 다른 자산 예컨대 골드바, 서화 등의 거래 확대 움직임이 있다. 한쪽의 과세를 강화하니 더욱 음성화 쪽으로 가는 모습의 하나이다. 더 나아가 국내외 소득을 떨궈 놓기 위한 해외 자회사 설립, 특히 조세피난처 이용은 더욱 규모가 큰 탈세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좌뿐만 아니라 현금거래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하고 국가 간 정보교환도 더 확대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 종전과는 다른 국제적 탈세환경을 탈세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011년부터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해외금융계좌의 정보를 매년 6월 국세청에 신고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가 시행 중이다. 국세청은 이 제도 시행 이후 재산을 해외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한 자를 뽑아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해외금융계좌 보고 제도를 1970년 시행했지만 2010년 해외금융자산 보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해외은닉재산에 대한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제 국제 간 과세정보 공유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되고 있다. 스위스의 금융 관련 비밀주의가 깨졌다는 이야기나,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조세피난처 관련 기사 등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할 때 해외에 안전지대를 마련하면 된다는 과거의 생각은 더욱 맞지 않게 되었다.

조세정의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는 가시적인 효과를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겠지만 지속적이고 굽히지 않는 정부 의지가 가장 관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훈(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