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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참모 그리고 대통령

[김진홍 칼럼] 참모 그리고 대통령 기사의 사진

“쓴소리 할 용기 없는 참모는 떠나야 하고, 대통령은 쓴소리 경청해야”

공자(孔子)의 가르침 한 가지. 제자인 자공(子貢)이 벗에 대해 묻자 “충고해서 잘 이끌어 주다가 도저히 안 되겠거든 그만두어라. 자칫 네가 욕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친구에게 바른 말을 자주 하다 보면 친구에게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욕볼까 봐 바른 말을 못하는 건 마뜩잖은 일이지만.

하지만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라면 달라야 할 것이다. 군신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나라를 좌우하는 주군을 모시는 신하가 보신(保身)을 위해 바른 말을 하지 않거나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다면 주군의 판단력이 흐려져 정권의 몰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아마 ‘럼즈펠드 규칙’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미 백악관 비서실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도널드 럼즈펠드가 1974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위 공직자들이 행해야 할 바를 잠언 형식으로 정리한 게 ‘럼즈펠드 규칙’이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은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유롭게 말할 수 없거나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 자리에 남아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라’ ‘자신을 절대 옳거나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생각하지 말라’ ‘주변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라’ 등등이 있다.

동양에도 비슷한 게 있다. 중국 전한(前漢)의 학자 유향(劉向)이 적은 육정육사(六正六邪)가 대표적이다. 바른 신하와 나쁜 신하 6가지 유형을 제시한 것이다. 임금 면전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직신(直臣) 등이 바른 신하다. 반면 아첨을 일삼고, 재물을 탐하고, 군주의 혜안을 가리는 신하 등이 나쁜 쪽이다.

‘럼즈펠드 규칙’이나 ‘육정육사’를 지금도 흘려들을 수 없는 까닭은 분명하다. 고위공직에 오르면 소신과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라도 항상 옳을 수는 없다. 최고 권력자가 잘못 가고 있을 때 이를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 신하들 몫이다. 사심 없이 “아니 되옵니다”라고 직언해야 최고 권력자는 물론 국가와 국민이 평안해질 수 있다. 럼즈펠드 말대로 ‘예스맨’은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인사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엔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시끄럽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자질 부족을 드러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교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해양수산단체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다음주쯤 임명할 모양이다. 청와대 참모들이나 각료들이 이 사안에 대해 용기 있게 바른 말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꺼내기조차 민망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의 ‘17초 사과문 대독’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그 정도로 여론이 무마될 것으로 봤다면 자격 미달이다. 더욱이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비서실장이 과연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진심으로 대신 맞으려 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나는 어떤 신하가 될 것인가.’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그들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집권 초인 만큼 박 대통령은 그들을 격려하고 신뢰를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바른 참모’가 누구인지, ‘예스맨’은 누구인지 식별하는 노력도 병행했으면 좋겠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나오는 말도 유념했으면 싶다. ‘임금은 바른 말 하는 신하가 없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바른 말을 받아들지 못함을 근심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대통령이 쓴소리에 화를 내면 강직한 참모라도 바른 말을 하기 힘들다. 바른 말을 하지 않는 참모로 둘러싸인 대통령은 불행해지기 십상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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