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벽을 짓다 기사의 사진

전시장에 4163개의 나무 조각으로 쌓은 벽이 들어서 있다.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박미예 작가의 작품이다. 갤러리도스의 기획공모 당선작이다. 벽이란 무엇인가. 가로막혀 있을 땐 통제의 수단이지만 허물어졌을 땐 소통의 창구이기도 하다. 굴곡으로 설치된 작가의 작품은 모든 사람을 감싸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크기와 모양은 컴퓨터를 통해 추출해낸다.

기계로 잘라낸 조각들에 페인트칠을 한다. 세 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조각에 ‘生 21.16’ ‘生 21.17’ 등 이름을 붙인다.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각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벽을 짓는 과정이란 인공적인 기술보다는 자연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계와 단절이 아닌 연합의 상징인 ‘벽’. 이젠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 함께 나아가자고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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