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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음악천재로 키운 이성근 선교사 부부 “기타 두 달 배우더니 자작곡 만들더라고요”

‘악동뮤지션’ 음악천재로 키운 이성근 선교사 부부 “기타 두 달 배우더니 자작곡 만들더라고요” 기사의 사진

‘악동뮤지션’ 이찬혁(17)·수현(14) 남매가 지난 7일 ‘K팝스타2’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을 확정짓자 심사위원인 가수 박진영은 이렇게 극찬했다. “악동뮤지션은 노래와 퍼포먼스만으로 심사하면 안 된다.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면 저렇게 아이들이 자라는지…. 보충수업 학원과외 그런 거 했으면 저렇게 됐을까. 정말 아름다운 친구들이다.”

궁금했다. 과연 그들의 부모는 두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광림교회(박동찬 목사)에서 남매의 부모인 이성근(43) 주세희(41) 선교사를 만났다. 부부는 일산광림교회와 선교단체인 한국다리놓는사람들(대표 박정관 목사)에서 2008년 5월 공동파송 받고 현재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예배와 찬양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신앙관을 비롯해 건강하고 올바른 기독교 세계관을 갖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가정예배와 성경읽기, 묵상을 생활화했고 아이들에게 주어진 재능과 은사가 발견되고 드러나도록 도왔습니다.”

부부가 남매에게서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건 지금부터 1년 전쯤이다. 당시 찬혁·수현 남매는 몽골한인교회 찬양팀에서 또래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는 걸 즐겼다. 수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고 찬혁이는 노래보단 춤에 자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찬혁이가 그즈음에 교회 형한테 기타를 두 달 정도 배웠는데 어느 날 간단하게 아는 코드만 갖고 ‘뚱땅’ 거리더니 노래를 만들었다며 불러줬습니다. 제목이 ‘갤럭시’인데 무슨 스마트폰도 아니고 유치하고 장난스럽겠거니 생각하고 기대감 없이 들었지요. 그런데 가사가 시적이고 멜로디도 귀에 쏙 들어오는 게 노래가 좋더라고요.”

찬양사역자로 활동해온 아빠의 칭찬과 격려에 찬혁이는 으쓱했다. 첫 자작곡 ‘갤럭시’에 이어 다음날 두 번째로 만든 ‘똑딱똑딱’을 들려줬다. 이렇게 찬혁이는 한 주에 한곡씩을 만들어냈다.

“방송을 보셨으면 아실 텐데요, 사실 찬혁이가 가사 실수를 좀 했습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보니 잘 외우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순간 떠오르면 동생에게 들려주고 수현이는 외웠다가 나중에 곡으로 완성합니다.”

이렇게 남매가 경연 전까지 만든 노래가 48곡에 이른다. “다릴 꼬았지 배배 꼬였지. 발가락부터 시작된 성장판 닫히는 이 기분….” 악동뮤지션이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자작곡 ‘다리꼬지마’의 일부다. 이 외에 ‘매력있어’ ‘라면인건가’ ‘못나니’ ‘크레센도’ 등이 사랑받고 있다.

“못나니는 원래 ‘못난이’로 써야 맞습니다. 제가 찬혁이에게 ‘글자가 잘못됐으니 고쳐야 한다’고 몇 번 이야기했을 때 찬혁이는 ‘일부러 그렇게 썼다’며 끝까지 고치지 않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아이만의 숨은 뜻이 있었던 겁니다. 부정적인 이미지의 ‘못난이’를 귀여운 상징으로서의 ‘못나니’로 표현하고 싶어했지요.”

방송 후 자막 실수가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외국인의 고백’ 중 ‘Qurious’ 역시 찬혁이가 가사를 쓰며 일부러 ‘C’를 ‘Q’로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어머니는 “Curious를 더 강조하고 싶어 ‘Q’로 표기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톡톡 튀는 가사에 따라 부르기 쉬운 감각적인 멜로디까지…. 자작곡만 불렀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천재 뮤지션’이지만 이렇게 오기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몽골로 간 첫해, 남매는 선교사 자녀(MK·Missionary Kids)들이 다니는 학교에 들어갔으나 적응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 도저히 학교를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았다. 1년 만에 MK스쿨에서 나와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EBSe’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1년간 온 가족이 같이 공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가르치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고 급기야 사춘기에 접어든 찬혁이는 아빠와 갈등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온 종일 같이 지내면서 이런저런 간섭을 받으니까 아이들이 학교에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음과 달리 형편 때문에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지 못하니 부모로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때 힘들어 울기도 했는데 하나님께서 이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홈스쿨링의 주인은 나(하나님)다. 선생도 나인데 왜 너희가 선생 노릇을 하려고 하느냐. 부모인 너희도 학생인데,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간섭하고 평가하고 가르치는 것을 내려놓자 오히려 남매에게서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다른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부모는 옆에서 조금씩 격려해줬고 결국 어린 남매 스스로 꿈을 찾아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이 선교사 부부가 남매를 통해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예전에 춤추는 거 좋아하고 인정받았을 때 찬혁이에게 진로에 대해 물으면 ‘춤추는 목사’ ‘춤추는 선교사’를 얘기하곤 했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현재 두 아이는 자기들의 노래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 노래 안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세상을 엿봅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행복에너지를 다른 이들과 마음껏 나눴으면 합니다.”

악동뮤지션은 오는 22일 부모와 함께 몽골로 갔다가 6월 초쯤 귀국한다. 앞으로의 진로를 정하는 것도 이때쯤 될 것 같다. ‘K팝스타2’ 우승으로 받은 3억원의 상금에 대해 이 선교사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웃을 위한 좋은 일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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