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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14) 수저통이 사라지다

[디자인의 발견] (14) 수저통이 사라지다 기사의 사진

“얼마나 많은 이들의 입술을 스쳐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일까.” 작가 김선우는 국밥집에서 만난 숟가락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작가에게 숟가락은 수많은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 온 귀한 사물일 테지만 내겐 위생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상이었다. 언젠가 수저통을 디자인할 때 먼지가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꺼낼 수 있도록 하느라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 뒤 몇 년이 지나서 식당의 탁자 위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수저통, 냅킨통, 양념통이 한가득했던 것이 단출해진 것이다. 번듯한 식당에서야 예전부터 음식을 내올 때 수저를 함께 갖다 주었으니 수저통이 놓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작은 식당에서도 수저통이 사라지고 그 대신 탁자 옆에 달린 서랍을 열어서 수저와 냅킨을 꺼내게 되었다.

탁자 아래는 비워두는 것이 관례였다. 의자의 앉는 면과 탁자의 상판 사이가 겨우 20㎝ 남짓한 공간밖에 안 돼 그 사이에 서랍이 있으면 앉는 사람의 다리에 걸리적거리기 십상이다. 밥을 먹는 탁자는 일반적인 책상보다 높이가 조금 낮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요즘에 등장한 수저통 서랍은 탁자 옆구리에 조그맣게 달려서 이 문제를 피해간 것 같다. 그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 천덕꾸러기였던 수저통과 냅킨통이 사라지고 수저와 냅킨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게다가 식당에서 사용할 수저통을 만드는 곳이 플라스틱용품 제조회사에서 가구를 만드는 회사로 옮겨졌고 수저통 디자인은 탁자 디자인으로 흡수되었다. 흩어진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비단 디지털 제품의 디자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가보다.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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