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영범] 자유학기제에 거는 기대 기사의 사진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자유학기제의 도입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실과 유리된 정책으로 오히려 더 많은 교육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들은 초·중·고교 12년의 학교생활을 미래의 진로나 직업에 대한 별 고민 없이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가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그래서 사교육시장이 이상비대해진 우리의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유학기제는 도입됐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교육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선취업-후진학’ 장려정책의 시행 결과 대학진학률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으나 여전히 진학 위주의 고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취업이 우선시돼야 하는 특성화고교 졸업생의 절반이 아직도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졸업 후 6개월 내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절반에 불과하고, 직장을 얻어도 처우가 좋지 않아 자주 직장을 옮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청년실업의 근원적인 원인의 하나는 과도한 대학진학 열기이다.

누구나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분위기의 영향도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학력주의를 시정하고 개혁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오히려 이에 편승해 진학성과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는 탓도 크다.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졸업을 앞둔 10월쯤 장래 10년 후 자신들의 모습을 적어내라는 설문에 학생 절반 정도가 백지로 내면서 그 이유로 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와 진학하는 대학과 학과가 정해진 후에야 알 수 있다고 적었다고 한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현실이 지난 40여년간 교육현장의 변치 않는 모습이다.

자유학기제는 통상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별도의 학기로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에게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탐구활동을 장려하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덴마크의 가교학년제(Bridge year), 영국의 쉼표학년제(Gap year) 등이 자유학기제가 지향하는 외국의 유사제도이다. 외국의 교육현실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지만,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서 자유로워져 창의적인 탐구활동을 통해 인성을 함양하고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고졸취업 활성화 및 진로교육 강화가 자유학기제 시행과 선순환적 구조로 결합될 때 ‘선취업-후진학’ 생태계가 정착되어 청년실업의 근원적 원인의 하나가 해결될 것이다. 특히 현 정부 핵심교육정책 중 하나인 ‘개개인이 학력이 아닌 역량에 의해 평가받는 사회 형성’의 기저가 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체제 구축도 자유학기제와 상호 보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창의적 활동과 진로체험의 장(場)을 지역사회의 기업체와 단체들에서 제공해 줘야 한다. 자유학기제 시행의 책임을 맡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부처영역을 넘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자세에서 협조해야 한다.

끝으로 자유학기제의 성패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현장의 선생님들의 능동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우리 교육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제도라는 공감대를 일선 현장에서 형성시키기 위한 교육행정당국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영범 (직업능력개발원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