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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15) 지게 기사의 사진

서울 동대문 지역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오래전부터 패션 명소였고 스타 건축가가 설계하여 최첨단 공법으로 짓고 있는 건물도 곧 완공된다. 그럼에도 이 동네에서 가장 요긴한 이동 기구는 지게다. 차량이 주차한 곳 주변에 지게가 늘어선 모습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가장 부지런히, 가장 빠르게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곳에 사람이 지고 나르는 도구가 요긴하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한국전쟁 당시에 산으로 포탄을 운반하는 데 지게가 사용되었는데 외국군인들이 ‘에이자 틀(A Frame)’이라고 부르며 뛰어난 기능에 감탄했다는 얘기도 있다.

자동차가 갈 수 없는 좁은 길은 오토바이가 대신하고 그것도 어려운 곳은 카트가 이용되는데 그것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가 있다. 높은 층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복잡한 매장에서 엘리베이터와 카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지게가 더 빠르다고 한다.

동대문시장의 지게는 19세기 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21세기 지게의 진화에 전문가들이 개입했을 것 같진 않다. 오로지 지게꾼들의 필요에 따라 개량돼 온 것이다. 물건을 나르는 장치가 그토록 많이 개발되었건만 수백년 전부터 사용된 한낱 농기구를 대신할 것이 없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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