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죄의식·반성 결핍의 일본 DNA 기사의 사진

“일왕의 전쟁책임 부인에 근거해 전범들의 죄과를 부인하는 게 그들의 인식체계”

1937년 8월 26일 주중 영국대사 휴 내치벌 허게센 경이 영국기를 단 차를 타고 상하이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던 중 일본군 비행사의 기총사격을 받고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영국의 항의에 일본은 중국 군용차 및 화물차인 줄 알고 그랬다며 되레 전투지역을 통과할 때는 일본군 사령부로부터 허가를 얻으라는 투의 답서를 보냈다.

영국은 분개했고 일본은 다시 답서를 보냈다. 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없었다. 그렇지만 혹 오인으로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일본군 비행기의 소치였을지도 모르므로 유감을 표한다. 만약 고의 또는 부주의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음이 명백해질 때는 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같은 교묘한 말장난이 영국인들을 달래는 데 성공했다.

이승만은 이어서 이렇게 쓰고 있다.

“하루는 술이 얼큰해진 사무라이가 멀리서 걸어오는 적을 보았다. 그는 적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단칼에 베어 버렸다. 그리고 죽은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전혀 알지 못하는 딴 사람이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살해한 것이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죽은 사람 앞에 사과했다. ‘나를 용서해주오’라고. 이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자존심이 강한 일본인들은 전 세계가 그들을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세 사람의 생명을 하루 사이에 빼앗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옛날 사무라이로서 대해 줄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이승만, Japan Inside Out·일본군국주의실상, 이종익 역)

“나로서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만족하면서 형장으로 간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가운데서도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도조 히데키의 유서 한 대목이다. 그가 남긴 휘호는 고도조안색(古道照顔色)이다. ‘올바른 길은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뜻이라던가.(시오다 마치오, 일본사람의 변명, 박종배 역)

일본의 부총리를 포함한 각료 3명,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피해국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일인들은 오불관언, 예나 지금이나 전범들을 신으로 떠받든다. 야스쿠니신사에 이들을 합사해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조 히데키는 전범 재판에서 “왕은 보필하는 사람들의 건의에 대해 거부권을 발동하지 않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실제 정치와는 구체적인 관계가 없고, 따라서 전쟁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었다. 일인들은 그런 견강부회로 왕을 구해냈다. 그러고는 왕이 전범이 아니므로 일본인 어느 누구도 전범일 수 없다는 인식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게 일본인의 정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헛소리를 계속함으로써 한·중은 물론이고 미국으로부터도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는 특별한 일본인이 아니다. 주류 일본인의 전형일 뿐이다. 무라야마 담화 등을 수정하겠다고 내질렀다가, 유지하겠다고 했다가, 또 말을 뒤집었다가, 다시 역대 내각과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꼭 꼬리를 붙여둔다. “(침략의) 정의는 여러 관점에서 지금도 논의되고 있다.” “(역사인식 문제는) 역사가와 전문가에 맡기는 게 적당하다.”

장담컨대 아베류(類)의 일인들은 앞으로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DNA에는 ‘죄의식’과 ‘반성’이 결핍돼 있다. 이는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의 치명적 결함이라 하겠다. 정신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노력을 스스로 치열하게 기울여야 비로소 보통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은 깨달을 일이다. 그러지 못하면 자신들의 후손은 인류사회 부적응자, 문제아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첨언> 그런데 DNA가 유전 아닌 전염으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인지, 그게 궁금해지는 이즈음이다. 북한 김씨 왕조의 행태가 어쩌면 그처럼 아베류의 그것과 닮았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양쪽 공히 일종의 종교국가다. 일본은 국가라는 신에, 북한은 김씨 왕조체제라는 신에 집착하는 게 다르긴 하지만….

이진곤(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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