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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민태원] 담배연기 없는 PC방을 위하여

[뉴스룸에서-민태원] 담배연기 없는 PC방을 위하여 기사의 사진

며칠 전 집 근처 PC방에 가 봤다. 입구 쪽에 금연구역, 안쪽에 흡연구역이 유리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었다. 평일 오후 5시쯤이었는데도, 금연구역 12개 좌석 중 8곳에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담배 연기와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아랑곳 않고 인터넷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10분쯤 지나자 목이 매캐하고 머리도 아팠다.

자세히 봤더니 흡연구역과의 칸막이에 이동 통로가 나 있고 문 같은 차단장치는 없었다. 그곳을 통해 담배 연기가 쉽게 흘러다녀 칸막이는 ‘차단벽’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흡연 구역은 60여개 좌석에서 내뿜는 담배연기로 흡사 오소리 잡는 굴 같았다. 이런 환경이라면 금연구역이라도 간접흡연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은 뻔했다. 게다가 이 PC방은 현행 법을 어기고 있었다.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은 실내 전체 면적의 2분의 1 이상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곳은 한 눈에도 흡연구역이 5배 정도는 넓어 보였다. 보건당국이나 관할 지자체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이처럼 PC방을 비롯해 음식점(일반, 휴게), 제과점 등 공공이용시설의 간접흡연 폐해를 막기 위해 이들 사업장을 전면 금연시설(필요시 흡연실 별도 설치)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이 2011년 6월 7일 이뤄졌다. 음식점의 경우 규모(면적 기준)에 따라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 법이 적용돼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지금까지 ‘부분 금연지역’이었던 PC방은 법 개정 후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6월 8일부터 전면 금연구역화된다.

최근 PC방 업주들이 생존권 문제를 내세우며 법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흡연자들이 주 고객인 PC방이 전면 금연지대화되면 매출 감소와 대량 폐업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또 이미 칸막이를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구분해 영업하고 있고 금연구역에서의 간접흡연 피해는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본 것처럼 PC방에서의 금연 차단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립암센터 임민경 박사가 지난해 상반기 보건복지부 용역을 받아 경기도 고양시내 PC방 3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PC방의 금연구역 내 공기 중 니코틴 농도(41.3㎍/㎥)가 흡연구역(47.2㎍/㎥)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흡연 관련 미세입자 농도도 흡연구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긴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보다 3.7배 높았다.

PC방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몰려가는 곳이다. 2011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의 86.6%, 여학생의 80.3%가 PC방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은 담배 연기와 지독한 냄새에 계속 찌들 수밖에 없다. 전면금연화로 PC방 업계가 당장 받을 타격이 상당하겠지만 국민, 특히 청소년 건강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궁색하다.

PC방 금연은 이미 수년전부터 논의돼 왔고, 유예기간 또한 충분했다고 본다. 차라리 이 기회에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고 게임을 즐기는 건전한 놀이문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동안 담배연기가 싫어서 PC방을 외면했던 비흡연자나 여성들을 새 고객층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정부도 PC방이 담배연기 없는 놀이문화 공간으로 제2 전성기를 맞도록 홍보 지원 등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차장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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