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명찬] 아베 정권의 그릇된 역사인식 기사의 사진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비판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반발했다. 일국의 총리 발언으로는 너무 나갔다. 더욱이 아베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은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아베 총리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놀란 것이 아니라,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변국들을 자극할 과거사문제를 그렇게 강렬한 어조로 언급한 시점에 놀랐다. 정치가로서의 아베 총리의 보수적인 정체성을 이해한다면 발언 자체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그의 발언이 본심일 것이라는 것은 그의 가족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아베 총리는 A급 전범 혐의자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다. 그런 만큼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아베 총리는 2006년 제1차 내각시절 주변국들의 눈치를 보느라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한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의 시점이다. 아베 자민당 총재가 총선거 때 내건 공약들이 극우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서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제1차 아베 내각 시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에 비추어, 아베 총리를 현실정치가로 평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과거사 관련 발언은 자제하면서 경제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주변국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강경발언을 쏟아 냈을까? 세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내 지지도의 상승으로 고양된 과도한 자신감이다. 아베 내각의 강력한 엔저 정책의 영향으로 일본경제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개선되자 아베 총리의 지지도는 76%까지 치솟았다. 이에 고양된 아베 총리는, 취임 후 한동안 역사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 오던 평소의 보수적인 소신을 예기치 못한 지지도 상승에 취해 엉겁결에 발설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둘째, 일본 내에서도 우려를 많이 하는 바와 같이 아베 총리가 외교적 감각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1차 내각 때,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 등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제발언 등으로 1년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제2차 내각으로 출발할 시점에서는 1차 내각 때의 외교적 미숙함에 대한 반성으로 많은 공부가 준비 되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생각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셋째, 일본 여론의 급격한 보수화이다. ‘잃어버린 20년’에 소득 격차가 커지고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불만이 쌓여 내셔널리즘이 일어났다. 이 상황에서, 1년이 채 안 되어 총리가 바뀌는 상황이 6번이나 계속되는 등 정치 리더십의 부재는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여론을 형성하게 되었다. 최근 일본 여론은 북한 미사일과 중국의 세력 확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은 한국 중국에 외교적으로 너무 약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사문제 때문에 일본의 발이 묶여 아무리 일본이 선의를 베풀어도 비난당한다고 여긴다. 일본이 저자세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근린제국(近隣諸國) 조항에 대한 수정 작업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아베 총리는 당분간 강경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강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략전쟁 부인 발언은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일본 국내의 비판은 물론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였다. 아베 총리의 외교적 감각을 의심케 하는 실책이었다. 아베 총리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발언 덕분에,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의 부당함을 함께 인식하는 세계 여론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되었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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