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디자인의발견

[디자인의 발견] (17) 하얀 꽃 기사의 사진

지난주 벚꽃이 절정을 이루었다. 주변에서 벚꽃 보기가 쉬워져 멀리 가지 않아도 매일매일 벚꽃 잔치가 벌어졌다. 그런데 정작 내 시선이 닿는 곳은 풍성한 벚꽃 뒤에 피어 있는 목련꽃이었다. 오래 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강연에서 들려준 얘기 때문이다.

1995년 1월 17일에 고베에서 지진이 발생해 6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12만5000여가구가 피해를 당했다. 자신의 활동 무대에서 일어난 참사를 접한 안도 다다오는 어떤 역할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시의 기억을 끌어내는 작업의 일환으로 목련을 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에 피해를 입은 가구의 딱 두 배인 25만 그루를 목표로 삼았으나 많은 시민의 호응에 힘입어 30만 그루 이상을 심었다. 그 덕분에 매년 봄이 되면 고베시의 거리 곳곳이 지진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애도하는 하얀 꽃으로 가득 찬다고 한다.

아무리 생명공학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해도 감히 자연을 디자인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녹지를 조성하고 꽃과 나무를 심어 시민들이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봄마다 환호하는 벚꽃과 목련 무리도 누군가가 계획하고 공들여 디자인한 결과인 것이다. 좋은 계획을 세우면 도시의 기억을 끌어내기도 하고 계절을 맞는 축제를 매년 경험하게 된다.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