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김연아, 싸이, 윤창중, 하시모토 기사의 사진

1989년 말 독일 보쿰대 대학센터에 있는 큰 서점에서 한국을 소개한 책을 찾아본 적이 있다. 기껏 몇 권이었는데 그나마 내용이 별 게 없었다. 한 권이 좀 자세했는데 우리나라가 일본의 통치를 받았고 문화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속해 있다는 식으로 쓰여 있었다. 1년 전에 열린 올림픽 덕분으로 세계적으로 코리아가 꽤 많이 알려진 상황인데도 관련 서적은 별로 없었고 또는 있더라도 유럽의 문화 영역에 제대로 유통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에 어느 정도 체류한 사람이거나 그곳을 여행한 사람이면 일본이 유럽 전역에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거기에 견주면 우리나라는 한참 처진다. 물론 일본이 세계에 알려진 역사를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비약적인 발전이기는 하다.

국격은 정신문화 가치의 총합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세계에 알려진 데는 민간차원의 역할이 컸다. 삼성, 현대를 비롯해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크게 공헌했다. 외국에서 탁월하게 활약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나라를 많이 알렸다. 한류를 형성한 연예계와 영화 등 문화 영역의 기여가 대단했다.

최근에 우리나라를 세계에 가장 많이 알린 사람 몇을 들 수 있겠다. 김연아, 싸이, 윤창중이다. 김연아 선수는 스포츠에서 가장 빼어난 기와 예를 펼치는 분야 중 하나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여제가 되었다. 최고 품격의 문화 영역에서 세계 정상에 선 것이다. 온 세계가 열광했다. 일본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동원해서 그토록 견제했는데도 소용없었다.

싸이는 문화전문가들 평으로도 그렇고 스스럼없이 소탈하게 본인이 말하기도 한 것인데, 이른바 ‘B급 문화’를 겨냥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K팝을 세계에 알린 뮤지션이다. ‘강남스타일’은 대단했다. 이 노래가 미국의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름으로써 싸이는 국제가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싸이가 이룬 흥행 덕분에 국제적으로 K팝이 더 주목받게 됐다.

윤창중 사태는 저질 문화로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렸다.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수행 중 외국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여러 정황은 세계 언론의 뉴스거리가 되기에 넉넉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한반도, 그 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국의 아시아 재배치 전략에서 한층 더 중요해진 한·미 정상의 만남,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대변인의 성추행 정황과 순방 중에 내려진 경질 결정과 도피성 귀국. 언론에는 기가 막힌 보도감이다.

국격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윤창중 사태와 연관해 더 그렇다. 국가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긴 기간 그 나라가 걸어온 역사와 거기에서 이뤄진 것이 대외적으로 인식되면서 형성된 결과물이다. 국격에는 과학기술을 비롯해 스포츠나 연예계 또는 문화예술의 인지도 등 여러 가지가 복합돼 있다. 그러나 그 핵심은 인륜도덕의 가치를 중심한 정신문화적 흐름이다.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 필요

최근 일본의 상황을 보라. 아베 정부가 국내적으로는 7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지만 침략 전쟁에 대한 비틀린 역사인식과 정치권의 우경화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급기야 13일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이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강자 집단에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망언했다. 국제적 인권의 기준으로 보면 저질 문화적 발상이다. 경제로는 세계적인 대국인데 국격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시모토의 발언은 앞으로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려면 품격 있는 정신문화 분야를 겨냥한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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