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태열] 21세기 실크로드, 북극해 기사의 사진

‘미국은 북극 국가다.’ 2010년 백악관 보고서는 분명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북극지역 국가전략보고서’를 발표했고 미국이 북극 국가임을 보고서 첫 문장에서 재차 강조했다. 북극이 지닌 전략적 가치와 경제적 잠재력 때문이다.

17세기 이래 인류는 북극점 정복을 위해 숱한 희생을 치렀지만, 북극은 이제 더 이상 감동적 탐험의 공간이 아니다. 북극항로 개통의 가시화와 석유, 천연가스, 철, 다이아몬드, 수산자원 개발 등 북극이 제공할 새로운 기회에 국제사회가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037년이면 상용화가 예상되는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하 개통에 버금가는 지구사적 일대 사건이며 21세기 신(新)실크로드가 될 것이다. 부산-북극해-로테르담 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거리와 기간 모두 30% 정도를 단축시킬 것이다. 더구나 소말리아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는 아덴만과 인도양을 택하지 않아도 되므로 보험료 역시 아낄 수 있다.

이처럼 안전하고 경제적인 북극 신항로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한국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환적량과 컨테이너 물량에서 각각 세계 2위와 5위에 오른 부산항은 인프라와 지리적 측면에서 신실크로드 거점항구로서 손색이 없다. 또한 우리 중공업의 국제특수도 예상된다. 이미 우리 조선업계는 쇄빙유조선, 내빙LNG선처럼 북극항해를 위한 특수선박을 수주하였으며, 장차 북극항로 상용화 추세로 그 수요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극저온 자재, 시추장비, 극지 해양플랜트 등과 같은 중장비 산업처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의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5월 15일 우리가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 지위를 획득한 것은 북극 진출 1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이뤄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북극권 국가가 아닌 한국이 만장일치로 정식옵서버가 된 것은 국제사회가 우리의 능력과 그간의 건설적 참여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8개 이사국과 원주민 대표,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12개 정식옵서버 국가로 구성된 북극이사회는 북극 관련 주요 문제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국제 협력을 논의하는 포럼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사국과 경쟁국들의 북극 개발동향을 모니터함으로써 북극항로 개발 참여, 북극권 경제개발 활성화 등 북극시대에 대비한 국익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마치 북극이사회 진출로 배타적 개발권을 확보한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옵서버 국가에 그런 권리가 있지도 않지만 북극의 해빙과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북극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 해빙은 우리에게 북극항로를 선사하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산물이며 기후변화라는 재앙을 가속화시키는 야누스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의 다산과학기지를 포함하여 주요 선진국들이 북극에 연구기지를 두고, 북극을 ‘기후의 부엌(weather kitchen)’이라 부르는 것도 북극의 기후변화가 향후 지구 전체 기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북극과 남극 등 극지에서 쌓은 연구 성과와 탄탄한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북극이사회에 참여하는 건설적이고 모범적인 국가로서 소중한 자산일 뿐 아니라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공공재인 만큼 이번 이사회 진출을 계기로 더욱 강화해야 할 능력이다. 앞으로 새롭게 도래할 북극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며 신뢰받는 중견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북극연구 인프라 확충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과 전략, 그리고 국민적 성원이 필요한 때이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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