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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20) 스트리트 페이퍼 ‘빅이슈’

[디자인의 발견] (20) 스트리트 페이퍼 ‘빅이슈’ 기사의 사진

2009년 9월, 런던 시내에서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손을 쑥 내미는 중년 남성을 발견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빅이슈(Big Issue)’였다. 창간 18주년을 기념해서인지 ‘ISSUE’를 ‘18SUE’로 재치 있게 표현한 표지도 마음에 들었거니와 떡하니 길을 막아선 당당함도 좋아보였다.

이 남성은 노숙인이고 ‘빅이슈’는 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창간된 잡지다. 그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빅이슈’ 자체가 꽤 수준 높은 스트리트 페이퍼다. 스트리트 페이퍼는 국내에서도 1990년대 중후반에 한창 인기를 누렸는데 당시에는 ‘문화게릴라’를 표방하면서 주류 잡지들에서 결핍된 편집의 실험을 보여주었고 앞선 트렌드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곤 했다. 대부분 광고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심지어 대기업의 자금으로 발행된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빅이슈’는 아무런 대가 없이 유명 인사가 표지 모델로 나서고 작가들이 기고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물론 여기에 디자이너들도 동참한다.

그보다 더 관심 가는 것은 노숙인이 보여주는 아마추어 디자인이다. 손글씨로 만든 홍보문, 유쾌한 몸동작 등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위한 노력은 그 자체가 절실하고 감동적인 디자인이다. 이런 풍경을 런던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우리 곁에 등장했으니 조금만 신경 쓰면 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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