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황태순] 100일 맞아 튜닝이 필요 기사의 사진

나흘 후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된다. 지난해 12월 19일 당선된 때로부터 따지면 5개월이 훌쩍 넘었다. 역대 정권교체기 때마다 혼선과 진통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첫 100일은 그 진통이 유난히 심한 것 같다. 41년 만에 첫 과반(51.6%) 득표 대통령으로서 정말 의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변인 인사를 포함한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허점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구성안을 두고 여당은 여당대로 불만을 토로했고, 야당은 불퇴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의 첫 대국민담화는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 절대 물러설 수 없다”였다. 국무위원 임명과정은 더욱 꼬였다. 천신만고 끝에 출범 한 달이 다 돼서야 제대로 모습을 갖추었다.

외형적 틀을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 정부가 가동되면서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이 터진다.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처에서도 대통령 말 다르고 장관 말이 달랐다. 정부와 여당 간에도 뭔가 호흡이 맞지 않는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으니 말이다.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은 보이지 않고, 청와대 참모들은 받아쓰기에만 바쁘다.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각료나 참모들은 갈수록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선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바로 곁에서 경험했던 그로서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대통령의 말수가 점점 늘어난다. 처음에는 “손톱 밑의 가시를 빼야”라는 원론적인 지시였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북한과 개성공단 원부자재 반출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라”는 구체적 지시부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200자 원고지 50∼60장 분량의 말 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세세히 지시할수록 실제 일은 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흔히 항해하는 배의 선장에 비유한다. 선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배에서는 항해사, 조타수, 기관장, 갑판장 등 수 많은 선원들이 호흡을 맞추며 항해를 진행한다. 선장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선장은 큰 방향을 제시하고 팀워크를 조율하며 위기의 순간에 결단하면 그만이다.

어느 정권이나 첫 100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는 국민들의 큰 기대와 희망을 밑천으로 국정운영의 초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새로 취임한 대통령과 집권주도세력은 과잉의욕에 빠질 수 있다. 세상에 안 되는 것이 없어 보이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첫 100일의 보다 더 큰 의미는 시운전 결과 드러난 시행착오들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데 있다. 바로 ‘튜닝’이다. 국정로드맵을 실제로 운용해보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집권당 간 콤비플레이가 잘 되고 있는지, 각 부처간 협력과 공조는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조화와 균형이 안 맞으면 바로 교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튜닝’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을 먼저 ‘튜닝’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조급증이 나더라도 밖으로 내색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은 수만 가지 주문을 하는데 실행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대통령만 우습게 된다. 밑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 그게 바로 창조행정이다.

100일 시운전의 결과, 영 깜냥이 안 되는 각료나 참모가 있으면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불량부품으로 잠시 잠깐은 넘어갈 수 있어도 더 큰 대형사고의 위험성을 덮을 수는 없다. 신상필벌과 수직적 권한배분, 그리고 수평적 역할분배의 원칙으로 정부를 ‘튜닝’해야 한다. 그게 바로 창조적 국정운영이다.

황태순(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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