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겸손한 교육 기사의 사진

“외국서는 금지된 방법으로 공부시키는 한국, 미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 성적을 잘 내기로 유명하다. SAT 문제는 수준도 상당히 높고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응시생들 중에는 고득점자가 상당하다. 미국에 유학 중인 고교생들이 여름방학이면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의 SAT 학원에 다니는 것이 일종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서울의 학원뿐이 아니다. 미국 대도시의 고교생들이 선호하는 곳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SAT 학원이라고 한다.

SAT는 많은 문항을 은행에 넣고 시험 볼 때마다 돌려가면서 내는 문제은행식 시험이다. 따라서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끼리 무슨 문제가 나왔는지를 얘기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학교나 학원에서 과거 시험 문제를 입수해 족집게 식으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부정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년간 문제유출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동남아에서 시험을 본 직후 시차를 이용해 미국에서 응시하는 학생에게 정답이 건너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가 5월 시험과 선택과목인 생물과목 시험을 취소했고, 6월 국내 시험 지원자 중 일부의 응시 자격까지 박탈시켰다. 비단 이것은 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6년에는 SAT 시험센터로 지정된 국내의 명문 외국어고가 문제유출 의혹에 연루돼 센터 자격을 박탈당했다. 학교에서 SAT 기출 문제풀이를 해줬는데 그것이 거의 다 시험에 나오는 바람에 그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칼리지보드 관계자들이 조사를 나오기까지 했다. 2007년 1월에는 문제유출 사실이 확인돼 응시자 900명의 성적이 전부 취소당한 일도 있다. 높은 프라이드를 가져야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국에서는 경멸하는 방식으로 공부시킨다는 것 자체가 수치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들의 중도 포기율이 44%에 달한다고 한다. 한 재미교포가 제출한 컬럼비아대 박사 논문에 따르면 1985∼2007년 하버드 예일 등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 중 56%만이 졸업하고 나머지는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세의 보증수표’처럼 여기는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중퇴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입학은 했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하버드대에 입학한 한국 학생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수업 내용을 녹음하다 부정입학생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자 중도에 하차한 경우도 있었다.

국제중학교의 입시 비리는 더욱 심각하다. 가장 공정해야 할 입학시험 성적을 교사들이 조작했다.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주관식 채점 영역에서 만점이나 1점을 주는 방식으로 학생을 골라 뽑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돈으로 교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생각은 선진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학생들의 커닝은 선진국에도 있지만, 교사가 가세하거나 시험 성적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교육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행위는 신용사회·지식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시도하는 사람은 저급한 부류로 취급을 받는다.

교육 부정으로 출세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사회적으로 위험할 뿐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치명적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교육의 장을 부정한 방식으로 접근한 학생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거두기 어렵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식 교육 잘 시키면 평생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지나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아무리 많이 배워도 행복함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교육 문제는 자꾸 힘들어진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겸손하게 대해야 한다. 바른 교육을 세워야 아이 낳는데 부담을 갖지 않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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