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희탁] 60세 정년과 노조 기사의 사진

일본의 노조나 근로자는 임금협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회사를 우선시한다. 회사가 살아야 안정된 고용도 약속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어려울 때 노조가 먼저 회사에 제안해 감봉하는 대신 인력을 감축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문제는 정년 연장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노사가 분담해야 하는데 노동계가 임금조정 없는 정년 연장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1998년에 60세 정년을 도입했을 때 노사가 일정 연령부터 임금조정에 합의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했던 것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정년 연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의 인건비 증가다. 유럽의 경우 고용조정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임금체계가 연령이나 근속연수와 관계없는 직무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령이나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연공급이기 때문에 고용조정이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연공임금 체계 하에서는 고연령자의 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높게 설정돼 있어 임금조정 없는 정년 연장은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비용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노사 간에 이해가 대립되는 중요한 문제를 고려한다면 정년 연장 법제화 이전에 임금조정에 대한 노사정 간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야 한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정년 연장 촉진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 지침을 마련한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일본에서는 정년 연장 법제화 훨씬 이전에 노사정이 정년 연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과 방법을 놓고 많은 논의를 했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1970년대에 노동성이 중심이 되어 임금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정책 방향 등을 발표했다. 1972년의 고용정책조사연구회, 1977년의 임금제도연구회, 1979년의 노동정책간담회가 정년 연장을 촉진하기 위한 임금체계, 퇴직금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정년 연장을 촉진하기 위한 임금 제도 개선 방향으로서 연공급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적어도 현재의 정년 연령인 55세를 넘어서까지 임금 증가가 지속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면 대처 방향으로서 55세 정년 시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하고 그 이후부터는 정기승급을 정지토록 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퇴직금에 대해서도 일정 연령 이상은 지급률을 정지시키거나 산정 기초액을 수정해 누진적인 퇴직금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금피크 연령을 몇 살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당시 노동성은 45∼49세, 사용자 단체인 닛케이렌(日經連)은 50세, 노동 단체인 총평은 50∼54세, 동맹은 55세를 각각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정년 연장을 추진해 온 노동성이 가장 낮게 설정했다는 점과 노동계가 정년 도달 이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노동계가 정년 연장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란 사실을 알고 협력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정년 제도가 보급된 것은 연공임금제와 평생고용제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즉 정년제와 연공임금·평생고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연공임금제를 위해서는 정년제가 필요하고 정년제가 있음으로 해서 연공임금제가 성립되는 관계다. 따라서 정년이 연장되면 연공급 임금체계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년 연장에 있어서 노동계는 임금조정 없이 정년까지 기득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상당한 노사 갈등과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으로 인해 고용기간이 늘어난 만큼 고연령자의 고용안정, 청년 일자리 창출,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안희탁(일본규슈산업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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