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효겸] 原電사태와 국민의 분노 기사의 사진

원전(原電)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이럴 수가 있을까? 한국전력기술 출신들이 원전 납품비리를 주도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원전 3기를 가동 중단시킨 불량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합격’으로 위조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한국전력기술은 승인 권한을 무기로 부품제조업체에 대한 검정을 자신의 선배들이 대주주로 있는 새한티이피에 맡기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부품검증과 납품과정이 모두 원전기술 선후배들의 이권 챙기기로 활용됐다는 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원전 마피아’ 핵심세력이 특정대학 원자핵 공학과 출신이라고 우려하는 점이다. 연이어 터지는 원전 부품비리에 한국수력원자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학계, 산업계의 ‘공생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생긴 배경에는 특정대학 출신 인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로 원전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리의 온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국가 중장기 원자력 분야 인력수급전망 및 인프라 개선’ 보고서를 보면 국내 원자력 분야 인력은 2만100여명이 넘는다. 2003∼2008년 해마다 이 분야에서 배출된 박사 75∼88%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이다. 현재 국내 원자력 관련 전공을 개설한 대학은 이들 대학과 한양대, 경희대 등 9개다.

원전을 감시하는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초대 위원장, 현 위원장 모두 특정대 출신이다. 이들이 소속된 원자력학회의 경우 2000년 이후 10명의 학회장 가운데 8명이 특정대 출신이다. 이들이 원전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한편 정부의 5급 특채에도 특정대 원자핵 공학과 출신들이 다수 들어가 원전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2011년 특채 때 박사학위 자격요건을 완화하기 전까지 박사 배출 수가 많은 서울대 출신들이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다수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국내 원자력학계에 대해 비판을 지속해온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출신 선후배가 이끄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고, 이들이 원자력 정책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국내 원전 카르텔 구조가 원전중심정책 연구와 이해관계가 얽힌 원자력 전공자들, 한수원 퇴직 협력업체에 재취업하는 퇴직자들이 속해 있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라는 법인에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 등 원전 확대와 이해관계가 맞는 대기업들로 소속돼 있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특정학교끼리 한통속이 돼 원전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연히 소수 의견은 무시되고 원전 안전이나 사고 예방 등 중요 사안이 소홀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생관계에 있는 구조의 역기능을 극소화시켜야 한다.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순기능 구조로 개선해야만 한다.

한전기술은 시험 승인을 하고 한수원은 최종 승인한 부품을 최종 납품받는다. 이상의 과정에서 같은 회사 출신들의 근친 교배가 시험성적서 위조라는 부조리를 낳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리업체와 성능검사업체에서 직접 검사를 수행하지 않고 일부를 타 연구소에 의뢰해서 나온 데이터를 마치 자기업체에서 한 것 인양 끼워 넣어 감리와 성능검사를 했다 하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참에 특단을 내려야 한다. 원전 시험성적서 12만5000건에 대한 전수조사도 최단시간 내에 마쳐야 한다. 현재 원자력업계에 자정(自淨)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 조사를 토대로 제작, 성능검사, 인증비리로 얽힌 부품비리 구조를 과감히 쇄신하고 새로운 운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효겸 대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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