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선우] 밀양 송전선 건설 갈등 기사의 사진

최근 경남 밀양 송전선 건설 관련 갈등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심각한 전력 부족 문제로 밀양 송전선 건설은 시급히 풀어야 할 국가적 현안이 되었다. 혹자는 송전선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을 기피시설 건설에 대한 지역이기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밀양 주민들이 왜 송전선 건설을 반대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반대의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의 재산가치 하락이 정부나 국민 모두의 관심 밖이란 점이다. 전 국민과 기업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위하여 송전선이 지나가는 경과지에 사는 주민들은 송전선과 철탑으로 인하여 받는 고통에 비하여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한다. 오히려 부동산가치는 하락하고 매매는 물론 은행에서 땅을 담보로 대출받기도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둘째,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설명되진 않지만 송전선이 지나가면 가축들의 생식능력이 저하되고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는 소문과 검증될 수 없는 사례들로 인하여 불안해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위험하지 않다고 확인해주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송전선 주변에 살 수 있겠는가.

셋째, 한국전력은 송전선 건설 협조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일정금액을 해당지역에 지급하는데, 이 돈이 가구별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지역의 공동기금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피해 주민들에게 도움은 되지 않고, 오히려 돈의 사용처를 두고 주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밀양 주민들은 이를 우려하여 간접보상을 거부하고 경과지역 및 주변지역 주민 개개인이 직접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 싶어 하였고, 이를 위하여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준하여 보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시도하였다. 보상법 관련 제도 개선은 그동안 누적되어 온 전국의 송전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밀양 주민들의 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밀양 주민들이 이기적이라고 매도할 수 있겠는가.

넷째, 애당초 신고리∼북경남 765㎸송전선로는 수도권을 거쳐 개성까지 전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밀양 주민들도 국가적 차원에서 수용하였다. 이때까지는 송전선 건설과 관련된 갈등은 없었다. 그러나 대구 지역까지만 송전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765㎸ 송전선의 무용론이 제기되었고 기존의 345㎸ 선로를 보강하여도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되는 전력을 송전하기에 충분하다는 주민들의 문제 제기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의 계획 취소와 한전과 주민 사이에 기술적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무조건적으로 밀양 주민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전 역시 밀양 주민들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하였고, 현 사장은 주민들과 여러 차례 스킨십을 가지면서 갈등해소를 시도하였다. 특히 밀양에서의 교훈으로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공정한 송전선 경과지 선정을 위한 내부규정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전이 아무리 문제를 풀고 싶어 하여도 정부나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하여 힘을 모아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로 밀양 주민들이나 한전 모두 갈등상황을 풀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해 왔으며, 그만큼 고통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는 갈등해소의 걸림돌이었다.

최근 국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였다. 이 협의체의 운영과 합의방식은 협의체 자체가 어떤 결정권을 갖기보다는 참여 이해당사자 대표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한 후 주민들 다수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대국적인 차원에서 국가적 이익과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모두 충족되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과)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