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한국기독교장로회 60년 기사의 사진

내가 만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목회자들과 신도들 중 다수는 자신들이 ‘꽤 괜찮은’ 교단의 교인이라는 자긍심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한국의 개신교단 가운데 교세로 따지면 10위권 안팎에 불과한데도 교단에 대한 자존감은 다른 큰 교단의 교인들보다 오히려 높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장성에 바탕 둔 교단 사랑

기장 목회자들과 교인들을 접하다 보면 ‘기장성’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기장의 정신을 의미하는 기장성은 그러나 단순히 교단의 특성만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기장의 진보적인 정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실천하려고 애쓰는 데 대한 자발적 격려와 칭찬의 성격이 강하다.

기장성은 지난 10일 교단 설립 60주년을 맞아 한신대학교에서 열린 ‘새 역사 60주년 기념예배’ 때 발표된 ‘새 역사 60주년 선언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선언서는 “우리 기장은 교리와 교권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열려 있는 자유로운 신학을 추구했다”고 전제하고 “한국 신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서구 신학에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선언서는 또 “신앙이 교회 내에 국한될 수 없다는 믿음으로…인권 신장과 민주화와 분단 극복에 헌신했으며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 왔다”고 주장했다. 기장 총회 배태진 총무는 예배 환영사에서 “이 땅에 정의를 이뤄가며 평화를 위해 힘쓰며 생명을 일구는 주님의 일꾼으로 삶을 살아가겠다는 것, 이것이…기장성의 발전적 계승”이라고 역설했다.

성경은 오류가 전혀 없다는 ‘축자영감설’의 비판에서 비롯된 자유주의 신학을 토대로, 예수의 복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신앙의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것이 기장성이란 설명이다. 이런 신학과 신앙을 바탕으로 기장은 1960년대에는 인권, 70년대에는 민주화, 80년대에는 통일 운동에 앞장섰다. 한신대 홈페이지 ‘한신인 소개’ 부문에 김재준 장준하 문익환 안병무 강원용 서남동이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장의 특질을 짐작할 수 있다.

기장 교인들은 60년 동안 교단이 전혀 분열되지 않았다는 데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 교단에서 이리저리 나눠지고 쪼개지는 것이 다반사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놀랄 만한 응집력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차가운 지성-뜨거운 신앙 조화를

그러나 기장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다는 것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될 부분이다. 무엇보다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신학은 있지만 ‘뜨거운 가슴’이 요구되는 신앙이 약하다는 주장이 많다. ‘신학과 신앙을 찢어놓은 자유주의 신학’이란 질타도 받았다. 이러다 보니 1973년에는 성령과 부흥을 강조하는 기장 목회자들이 모여 ‘성풍회’를 만들었다. 성풍회의 한 목회자는 ‘딱딱해지고 빡빡해진 기장’ ‘헝클어지고 마른 뼈와 같이 돼 가는 기장’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기장 총회교육원장을 지낸 김원배 목사는 “기장의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나기도 전에… 세상 속에서 예수를 잊어버리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나는 고교 때까지는 고향에서, 대학 진학 후 서울에서는 40대 초반까지 기장교회를 다녔다. 딱히 기장성은 없었지만 기장이 좋았다. 그런 까닭에, 60년을 맞은 기장이 그 경륜에 걸맞게 ‘뜨거운 신앙’과 ‘차가운 지성’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세상에 선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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