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한국 깊이있게 알리려면 문화재 보여줘야” 기사의 사진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팔순 기념 논총(동원학술논문집 14집)이 최근 나왔다. 정 전 관장은 1962년 학예관으로 시작해 99년 관장직에서 퇴임하기까지 37년간을 중앙박물관에서 일한 ‘한국박물관사의 산증인’이다. 퇴임 후엔 ‘한국미술발전연구소’를 세워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미술발전연구소장인 그를 지난 14일 서울 내자동 연구소에서 만났다.

“후배들이 논문집을 내주니 고맙지요. 30명 가까운 후배들의 연구 성과가 실렸고, 제 논문까지 실렸으니….”

이번 논총은 드물게 팔순 기념이라는 점, 또 헌정 받은 주인공의 논문까지 실렸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60년대부터 전남 강진, 경기도 용인 등 전국 도요지를 누비며 발굴과 연구를 통해 도자사를 편년하는 등 ‘한국 도자사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정 전 관장의 이번 논문 제목은 ‘신발견 청자 삼색’이다.

지금까지 청자 상감(반 건조된 도자기 표면을 음각한 후 백토나 흑토를 메워 다시 굽는 기법)은 백상감과 흑상감 두 가지만 알려져 있지만, 또 하나의 색인 암회색 상감이 존재했음을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이런 건 저 같은 늙은 사람이 아니라 ‘젊은 50대’가 해야 할 일인데…”라며 농 삼아 얘기하면서도 “후배들이 좀 더 면밀히 유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10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특별 기획전 ‘황금의 나라, 신라’ 전을 위해 중앙박물관이 반가사유상 등 국보급 유물을 대거 반출하려던 계획이 문화재 파손 우려로 문화재청에 의해 보류된 것과 관련해선 “문화재는 세계 공통의 문화유산”이라는 말로 ‘문화 국수주의’를 경계했다.

“한국을 알리는 방법은 시, 소설 같은 문학이나 아이돌 등 다양하게 있지만 좀 더 뿌리 깊게 한국을 알릴 방법은 문화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9년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미술 오천년’ 기획전 당시 대거 해외 나들이 나온 국보급 유물을 보면서 “동양 하면 중국 일본만 있는 줄 알았더니 한국도 있구나”라며 현지인들이 감탄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문화융성’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당부의 말을 했다. “모든 분야에서 관심을 호소하지만 한국 미술의 모체는 전통미술이라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한다”며 “사회가 유물 등 미술품 구입자를 백안시하는 풍토가 바뀔 수 있도록 대통령이 메시지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유물 구입을 기피하다 보니 해외 경매에서 지난 5, 6년 사이 중국 유물은 가격이 100배가 뛰었지만 우리 것은 외려 값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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