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병호] 행복하십니까? 기사의 사진

‘행복(happiness)’과 관련된 영어는 옛 북유럽어 ‘hap’, 즉 ‘행운’에서 나왔다는 옥스퍼드사전의 어원 설명이다. 매우 주관적인 행복을 행복지수로 수치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져왔다.

수명과 건강, 지식 접근성, 생활수준 등을 분석하여 국가별 인간개발지수(HDI)를 매년 내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HDI 2013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12위로, 2009년 26위에서 성큼 올라갔다. 우리 국민이 그만큼 행복해질 가능성을 보여주나, 국민의 실제 행복체감지수는 다르다. 물질적 행복은 1인당 국민소득 1만∼1만5000달러를 넘으면 주관적 행복의 증가는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덴마크는 UNDP HDI에서 차이가 크지 않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복지수에서는 차이가 크다. 덴마크는 수위를 자랑하는데 우리는 34개국 중 하위 수준이다.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구지수(HPI)도 ‘삶의 만족’에서 수위이고 ‘환경 족적(足跡)’에서 5위인 덴마크와 차이가 난다.

지난해 4월 유엔 행복회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북유럽 3개국이 두각을 냈다. 덴마크 학자는 ‘신뢰’와 ‘남과 비교하지 않는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흥미로운 분석이다. 스스로 행복하다는 생각, 행복을 찾으려는 애씀, 평상에서 행복 느끼기 같은 태도도 중요하다. BBC방송의 ‘행복 10계명’은 운동, 대화, 미소, 좋았던 일 떠올리기, 유쾌하게 웃기 등 우리 뇌가 행복을 느끼게 할 열 가지를 매일 챙기라고 한다.

이런 일상의 ‘행복 만들기’에서 스칸디나비아인은 남다르다. 자그마한 데서 행복을 찾고 즐기는데 익숙하다. 꼭 일등이 아니라도 기뻐한다. 덴마크 핸드볼팀이 우승을 못해도 메달이라도 따면 온통 축제 분위기다.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긴 시간을 함께 하며 가정에 행복을 만드는 일상이다. 불편도 함께 참아가며 함께 행복을 일구는 사회적 분위기다. 자동차값의 1.8배를 세금으로 낸다. 그 돈으로 자전거 길을 닦는다. 사람들은 즐겨 타고 출근하고 자전거 타는 복장으로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이고 거침이 없다.

행복을 찾는 기준도 높지 않다. 긴 겨울밤 이웃사람들이 모여 뜨개질로 이야기로 행복을 함께 나눈다. 바람이 불면 풍차가 돌아가 좋고, 햇빛이 나면 밖으로 나가며 기뻐한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사회성부터 배우고, 성적이나 일등 스트레스는 없다.

부모도 닦달하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을 농업으로 일구었고 산업화에는 남들이 잘 안하는 분야를 개척해 잘 산다. 일자리를 쉽게 바꾸고,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얼마나 버는지와 상관없이 정년까지 채우면 사회보장이 노후를 받쳐준다. 그런 사회보장, 지위의 높고 낮음에, 남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의 터전이다.

우리에게 유교적 사회질서와 규칙이 있다면, 덴마크인에게는 ‘옌테 법칙(Jantelov)’이 있다. ‘더 잘난 척 말고’ ‘더 아는 척 말고’ ‘남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등 행동 규칙이 ‘평탄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같은 내용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하지 말라 10계명’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 꼴의 경쟁, 남보다 위에 올라서려는 경쟁 문화에 빠진 우리와는 딴 판이다. 물질적 숫자나 복지 못지않게 행복이 다소곳이 둥지를 틀 수 있는 마음가짐과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도 주관적인 행복지수에도 신경을 쓸 때다. 오늘, 자신부터, 우리부터, 우리 조직부터의 애씀이 퍼져나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행복지수가 복지지수 못지않게 높아져야 한다. 작은 발길이 모여 길을 이루듯, 행복에 이르려는 작은 노력들이 모아져 ‘행복의 지름길’이 우리 사회에 나고 우리가 행복에 보다 쉽게 이르는 그런 슬기로움이 요청된다.

김병호 주 덴마크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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