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가산점제가 문제야! 기사의 사진

1999년으로 기억한다. 여성특별위원회(현 여성가족부)가 군 가산점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여대생과 신체장애가 있는 남대생 6명이 제대군인지원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놓은 상태였다. 공무원채용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과목별로 만점의 3∼5%를 가산해주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때에 열린 토론회이니 이목이 집중됐다. 그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토론자로 나섰던 여성계 인사가 ‘군대에 간 청년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울먹인 것. 지켜보던 여성계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나중에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을 초청한 그는 ‘아들이 군대 가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공사도 구별 못한다’는 기자들의 힐난에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군 가산점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와 결과는 ‘해피 엔딩’이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나보다.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과 함께 시작된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 논의가 결국 군 가산점제 부활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국방부는 공무원 채용 때 군필자의 가산점을 총점의 2%, 정원의 10% 이하의 숫자를 ‘정원 외 합격’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은 응시자가 획득한 점수의 2%를 가산점으로 주고, 합격 인원을 20%로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두 개정안 모두 위헌 처리된 제도와 오십보백보다. 국방부와 한 의원은 14년 전 헌재가 군 가산점제를 위헌 판결한 이유를 살펴보기나 한 걸까? 헌재는 가산점의 폭이나 가산점 혜택을 받은 합격자 수를 문제 삼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권과 제25조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임을 분명히 밝혔다.

사실 젊은 남성들에게 군 복무는 ‘신성한 의무’라기보다는 ‘강요된 의무’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렌다’는 청춘의 한가운데서 ‘녹색 제복’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2년은 보상해야 마땅하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다. 여성, 장애인 등 군대에 갈 수 없는 국민들에게 불평등을 감내하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들은 취업지원실시기관, 즉 공무원과 공기업을 비롯해 군부대, 국·공·사립학교 및 2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체로 혜택의 폭을 확대했다. 하지만 가산점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 처벌 규정이 없어 시행되더라도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군제대자 중 공무원 시험을 보는 이는 1%도 안 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극소수의 제대군인을 위하는 일에 진을 빼는 대신 청년들이 군대에 가 있는 2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 쏟는 게 건설적이다. 국회도 국내 기업 전체가 취업 후 군복무 경력을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게 제대군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국회에선 또 하나의 가산점제가 논의되고 있다. 바로 ‘엄마가산점제’다. 엄마가산점제는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 취업지원실시기관에 응시할 때 과목별로 2% 이내에서 가산점을 주자는 내용으로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최근 살림하고 아이 돌보는 전업남성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이 재취업할 때 상대적인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임신 출산 양육을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하면 될 일을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제도를 도입하자니, 정부와 국회는 뭐하자는 건지!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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