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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24) 고무 샌들

[디자인의 발견] (24) 고무 샌들 기사의 사진

해마다 이맘때면 고무 샌들이 등장한다. 재질과 색이 월등히 뛰어나 몇 년 새 장마철의 패션 품목이 되었다. 고무신과 달리 발포성 수지로 되어 있어서 부드럽고 가벼운 데다 구멍이 숭숭 나 있어서 통기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부드러운 재질 특성이 문제가 되었다. 에스컬레이터 가장자리에 샌들이 빨려들어가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난 것이다. 이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구멍 난 샌들 사진이붙기 시작했다. 광고가 아니라 ‘경고’가 담긴 안내문이었다. 새로운 사물이 나타나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조심하라거나 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가 추가되기도 한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진동 모드로 바꾸라는 안내를 하고 무료신문이 보급되면서 지하철 선반에 신문을 두지 말라는 안내문이 부착되었다.

고무 샌들도 지하철의 다양한 주의 사항에 추가되었다. 특정한 상품의 이미지가 담긴 이 안내문을 보면 디자이너들의 특이한 관계가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제품 디자이너가 상품을 디자인하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그 상품을 홍보할 이미지를 디자인하는데 이 경우는 제품 디자이너의 디자인 결과물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위험 대상물로 다룬 것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일상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탄생은 새로운 경고의 탄생을 동반한다.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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