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들이… 기사의 사진

“불법 남침으로 땅을 강탈한 다음 그 앞바다까지 내놓으라는 북한과 그 동조자들”

북위 37도 52분. 이른바 서해 5도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의 위도 상 위치다. 38선 남쪽에 있는 섬으로, 6·25전쟁 전부터 대한민국에 속했던 곳이다. 당연히 그 인근해역도 남한의 관할 하에 있었다.

내일이 63년째 되는 날.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전면남침을 자행했다. ‘해방전쟁’ 운운해 가면서…. 동포를 죽여 통일을 이루겠다는 김일성 집단의 광기어린 망상이 3년여에 걸친 대규모 살상, 파괴의 참극을 초래했다. 남북 도합 500만명이 훨씬 넘는 우리 피붙이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됐다. 유엔군, 중공군의 희생도 엄청났다.

이런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전쟁범죄자와 그 집단은 뉘우치기는커녕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민족끼리’를 들먹이며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 안에도 이에 부화뇌동하는 세력이, 적긴 하지만 그악스럽게 떠들면서 존재한다. 서울신문이 전국 고교생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에서 69%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했다고 한다. 북침, 남침 개념이 헷갈렸다고 해도 이는 충격적이다. 누군가 우리 청소년들을 잘못 가르친 결과일 것이다.

전쟁은 온 겨레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고 모든 재산을 다 파괴하고 나서야 멈췄다. 그때 동쪽은 38선에서 한참 올라간 간성 북방, 서쪽은 한참 내려온 강화 북방 사이를 구불구불 잇는 250㎞의 군사분계선이 생겨났다. 이 때문에 개성이나 옹진반도 등은 북측 관할지역으로 넘어가버렸고, 다행히 서해의 섬과 바다는 우리 것으로 지켜졌다.

이로써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성격은 분명해진다. 정전협정 직후 클라크(Mark Wayne Clark)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설정한 한계선이다. ‘한계’란 남한 군이 그 이상 못 올라간다는 의미였다. 북의 입장에서는 불법 남침으로 차지한 땅의 소유권을 유엔군 측이 인정해주는 선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북한은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70년대 이후 이 선에 대해 트집 잡기 시작했다. 강탈한 땅의 앞바다를 다 내놓으라는 억지다. 그러는 북한이야 원래 후안무치한 폭력집단이니 흘려듣고 말면 되겠지만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도 NLL과 관련해 북측의 생떼와 유사한 소리가 나온다는 데 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가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할 수 있을 듯이 발언했다고 한다. 그는 NLL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들에 대해 비웃는 투로 말하면서 자신이 ‘얼마든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노·김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대선 때 이 주장을 허위라고 내세웠던 민주당이 이제는 발췌본 열람을 ‘불법’이라며 몰아세운다. 기실 NLL 불씨를 되살린 것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국정원의 제보’라면서 ‘NLL 대화록 공개 음모론’을 제기해서 새누리당을 자극한 결과가 발췌본 열람으로 이어졌다지 않는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대통령의 행위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것이든 비밀에 부쳐져서 될 일도 아니다. 사적인 대화라면 모르겠으나 국가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일을 정상끼리 논의하고 그걸 비밀에 부치자고 하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한 억지다. 게다가 이미 이런저런 경로로 내용이 많이 흘러나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왜곡, 훼손을 막으려면 원문을 공개하는 길밖에 없다. 당연히 국민의 진실을 알 권리를 위해서도!

<첨언> 어머니의 등에 업혀 전쟁기를 넘긴 세대로서 그때를 기억한다고는 못하지만, 그 후로도 오래 산등성이에 흩어져 사위어가던 백골들의 기억은 여태도 뚜렷하다. 그들 모두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형제였다. 이분들은 지금도 80∼90에 이른 아내, 60∼70대가 된 자녀들의 꿈속에 그날의 모습으로 찾아올 터이다. 이들의 희생은 무의미한 것이었는가? 북한 집권세력에 대해 유별난 이해와 친애의 정을 표하는 분들이 좀 대답해주시라.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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