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광규] 전력요금 인상이 답이다 기사의 사진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에 따라 올 여름 대규모 정전을 피하기 위한 산업계, 상가 및 가정의 절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무실 온도를 높이고, 공장 가동시간을 조정하고, 에어컨을 켠 채 출입문을 여는 상점을 단속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절전운동은 그때뿐이고, 전력공급 사정이 나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흥청망청 전기를 낭비한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력의 평균 판매단가는 미국, 영국,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각각 약 1.3배, 2.0배, 2.8배 높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1인당 전기사용량은 연평균 4.2%씩 급증해 왔다. 이제는 1인당 전기사용량이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일본, 유럽의 주요 선진국을 모두 추월했다. 전기 소비를 줄이면 돈을 아낄 뿐만 아니라 대기 질 개선, 온실가스 저감, 발전소 입지와 송전선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감소 등의 이득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수요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력수요관리 방법으로는 전력저소비형으로의 산업구조 개편, 절전형 기기 도입, 전기에서 석유류로의 연료 교체, 기기 관리의 효율화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수요관리 방법 모두가 전력가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전력의 상대가격이 낮다면 굳이 다른 연료로 교체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석유류에서 전력으로 연료를 교체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전기제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통이 따르는데 전력값이 싸다면 이러한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기기 관리를 강화할 인센티브는 크지 않다.

삼성그룹은 최근 설비와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모든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삼성 이외 다른 기업 대부분은 아직 에너지 수요관리의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민간 업계의 경우 절전효과가 큰 LED 보급률은 4.5∼4.9%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MB 정부는 LED 보급 확대를 추진했지만, 공공기관마저 목표 30%를 채우지 못했다. 전력요금을 대폭 올리지 못 하는 수요관리는 이처럼 손과 발을 묶고 달리기 시합에 나서는 것과 같다.

전력수요 증가를 공급능력 확대 위주로 해결해 나가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공급확대 대안 가운데 원자력은 안전성 및 부지확보가 걸림돌이다. 석유류 및 가스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등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공급확대는 필수적인 수준에서 최소화하되, 나머지는 수요관리 강화를 통해 수요량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전력 수요관리의 요체는 요금 인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요금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을 뿐만 아니라 용도별로도 요금구조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전력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의 경우 요금은 주택용의 75%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용은 생산원가에서 보조를 받고 나아가 주택용 등으로부터도 교차보조를 받는 등 이중적인 보조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특히 산업부문에서 전력의 과소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요금 구조 개편을 주저하는 것은 물가상승 및 산업의 가격경쟁력 악화 우려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요금인상 폭이 미미하거나, 인상이 미루어진다면 전력 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만성적 전력난이 심각해지면 강제적인 수요억제와 공급확대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요즘 공급확대는 발전소 부지 선정을 둘러싼 주민갈등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압적 수요억제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손실이 커서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효율적 수요관리를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특히 산업용 전력의 경우 요금을 상당수준 인상할 필요가 있다.

강광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환경평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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