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황태순] 시진핑과 춤을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 중이다.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정상외교다. 그동안 우리 대통령들의 전통적 방문 순서인 ‘미국→일본→중국’이 아니라 중국을 미국 다음의 순위에 올려놓았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인단의 규모도 방미 당시 51명에서 이번 중국 방문에는 71명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언론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두 정상 모두 2세 정치인으로 오랜 인고의 세월을 극복했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불용한다는 공동성명이 나왔다. 금년 초부터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에도 솔선해서 참여하고 있다. 이제 중국의 입장이 확실히 변했다고 때 이른 생각을 할만도 하다.

중국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국가이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다. 3000년 이상 중국과 중국인들을 지배해온 사상은 톈샤구완(天下觀)이다. 우주의 중심인 태양을 다른 행성들이 좇는다는 사상이다. 현실에서는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며 변방 국가들이 중국의 패권적 지위에 승복하는 범위 안에서 ‘조공과 책봉’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국의 자부심이 무너진 것은 아편전쟁(1840∼1842) 때다. 이후 1912년 청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70년 동안 중국은 서구세력에 의해 처절하게 유린당했다. 1949년 건국 이후에도 미국과 소련에 의해 철저하게 견제당하고 무시당했다. 그렇게 중국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20세기를 보냈다. 그리고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즈음해서 드디어 G2로 등장한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에 ‘신대국관계’를 요구했다. 더 이상 미국을 세계 유일의 패자(覇者)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향후 세계질서를 G2인 미국과 중국의 협의 아래 새롭게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 첫 시험대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질서의 재편이다.

대국굴기하려는 중국에 미국의 방어선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도 북태평양에서 패권의 유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활적 국익이다. 미국은 ‘일본-한국-대만-필리핀-호주’로 이어지는 ‘C자형 합종(合縱)’으로 중국의 진출을 견제하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합종의 강화를 의미한다. 중국은 가급적 미국과의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새로운 패자로서 자국의 가치를 글로벌스탠더드로 범세계화하려 한다. 새로운 연횡(連橫)의 구축이다.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냉담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런 전략과 무관치 않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빌미로 동북아에 깊숙하게 개입하려는 데 대한 사전차단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슬로건은 심신지려(心信之旅)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란 뜻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을 필두로 한 5세대 지도부와 향후 5년 머리를 맞대고 함께 여러 난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방중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만 있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한 가지 경계할 것이 있다. 빈천지교불가망(貧賤之交不可忘)이다. 새로운 친구와 가까워졌다고 간난신고를 함께해 온 오랜 친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60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 의리를 지키자는 말이 아니다. 미국과의 튼튼한 연대가 중국을 우리 쪽으로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란 뜻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엎어지거나 쏠려서는 안 된다.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시진핑 시대가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꿈(中國夢)’은 우리에게 길몽이 될 수도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지나치게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 열풍을 접하며 느끼는 묘한 감정이다.

황태순(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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