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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25) 등산복 기사의 사진

언제부터인가 배낭을 멘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출퇴근을 하게 됐다. 양복 차림 일색의 건조한 출근 풍경보다는 알록달록한 패션이 더 활기차 보인다. 다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물통과 등산용 지팡이를 꽂은 배낭이 눈앞에 어른거릴 때는 약간 긴장된다. 이런 옷차림은 공항과 호텔 로비의 단체 관광객, 심지어 동네 이웃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국민생활복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0대들이 특정한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는 것처럼 어른들도 어느새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게 된 것 같다. 아래위로 무채색과 형광색이 어우러진 옷을 입고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젠 어색하지 않다. 영화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입체 재단에 통기성을 강조한 패턴은 몹시 기능적으로 보인다.

한 가지 스타일의 디자인이 우세할 때 이것을 유행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현상은 자신의 취향을 포기한 탓이기도 하다. 요즘 ‘건강’이라는 가치가 중요해졌다고 해도 꼭 운동이나 등산으로만 표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한 생각과 교양을 갖추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나아가 건강한 사회라면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진 도시에서 왜 등산복을 입을까. 그만큼 도시의 삶이 여전히 장애물을 넘듯 다녀야 할 험한 여정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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