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춘근] 朴대통령 방중 성과와 아쉬움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두 나라에 대한 정상외교의 1단계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지정학적 속성상 아직도 국가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데 강대국들의 지원과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가 대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올바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가 대전략목표의 총론은 첫째,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고 둘째, 평화로운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각론은 북핵 폐기와 자유민주주의 통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국가안보의 제1조건은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는 것이며 평화통일의 결과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면 우리는 통일을 추구할 필요도 없다.

북한의 국가 대전략목표 역시 국가(정권) 안보를 확고히 하고 평화통일을 이룩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은 무력통일 방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평화통일을 선호한다. 한국 사회를 적화 혹은 종북화시켜 평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꿈이다. 결국 남북한 모두 국가 대전략목표의 차이는 각론에 있는 것이지 총론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정상을 만나 대화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것은 그들에게서 국가 대전략목표의 각론 부분에 대한 지지를 받기 위해서다. 미국은 대한민국 국가 대전략의 총론과 각론 모두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던 나라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그것과 대동소이한 대한민국 국가 대전략목표의 총론에는 오랫동안 지지했지만 각론에서는 오히려 북한 편을 들어왔던 나라였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 대전략의 각론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중국의 지지를 확보했는가?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에 양국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진전이었다. 양국은 안보협력, 경제협력은 물론 국민들의 우호증진을 위한 각종 긴밀한 협력과 제도화를 약속했다. 한·중 관계가 과거보다 한층 더 좋은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한·중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을 정독해 보면 역시 양국 관계에는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인 장벽이 놓여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공동 선언이 국가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아무런 힘이 없는 상징적인 것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한·중 성명은 다른 생각들이 병렬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일 뿐이라고 혹평 받을 수도 있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북핵 문제만을 이야기해 보자.

박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말했고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말했다. 공동성명에는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 동북아 및 세계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한·중 정상이 인식을 같이 한다고 쓰여 있다. 외교문서는 언제라도 자국 중심적이며 왜곡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중국이 의미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의 핵무장, 특히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 재반입 반대라는 의미가 오히려 더욱 강하다. ‘유관 핵무기 개발’이라는 용어는 중국이 북한의 핵보다는 한국의 핵, 미국군 전술핵, 일본 핵, 대만 핵을 더 반대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만약 한국이 자위적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왔을 때, 이 선언문 속의 문장이 족쇄로 작용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중 간에는 영토분쟁(이어도), 역사분쟁(동북공정), 북한 인권 및 탈북자 송환 문제 등 진정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 번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들이 다 거론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에 대한 거론 자체가 일부러 ‘회피’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한·중 관계의 기본적인 한계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춘근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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