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한승주] 한국영화 테마파크를 꿈꾸며 기사의 사진

최근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초청으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디즈니랜드 정문으로 향하는 꼬마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 관광객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신데렐라 옷을 입은 아이는 이미 공주가 된 기분이고, 아이언 맨 마스크를 쓴 아이는 세상을 구할 기세다. 깜찍한 머리띠를 하고 깔깔거리며 디즈니랜드를 활보하는 관광객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디즈니랜드 하루 입장료는 어른 137달러(약 15만5000원). 어린이도 131달러다. 4인 가족 기준 60만원이 넘는다. 부담스러운 입장료에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에 위치한 꿈의 동산에는 관광객이 쉴 새 없이 몰려든다. 1955년 개장한 이래 디즈니랜드를 다녀간 인원은 6억5000만명. 2011년에만 1614만명이 다녀갔다. 전 세계 테마파크 중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아찔한 놀이기구로만 친다면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많다. 그런데도 디즈니랜드에 유독 방문객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곳에는 없는 꿈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어릴 적 동화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미키마우스, 신데렐라, 피터팬, 팅커벨이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과 함께 항해를 하고 ‘인디아나 존스’가 타던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싣고 탐험에 나선다. ‘니모를 찾아서’ 잠수함을 타고, 애니메이션 ‘카’에 나왔던 차를 직접 운전해볼 수 있다. 미국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히는 월트 디즈니는 상상력을 상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꿈을 팔고 있었다.

90년 전인 1923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시작한 디즈니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의 성공에 멈추지 않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테마 파크를 설립했다. 이런 발상, 세계 최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만을 만들지 않는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한번 제작된 캐릭터는 어떤 형태로건 다시 활용된다. 디즈니랜드 대부분의 시설은 캐릭터와 연계해 만들어졌고, 관광객은 그곳에서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캐릭터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은 물론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도 한국영화를 테마로 한 놀이동산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역대 1000만 관객이 넘은 영화가 8편.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예를 들어 ‘7번방의 선물’이라는 놀이기구에 가면 영화 속 예승이와 아빠가 타고 탈출하려 했던 열기구 풍선이 있고, ‘해운대’에 갔을 때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이 밖에도 개성 넘치는 한국영화가 수도 없다. 여기에 ‘겨울연가’ 등의 인기 드라마와 국제가수 ‘싸이’까지 합세한 테마파크를 만든다면 아시아에서 꽤 유명한 명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즈니의 앨런 혼 회장은 “한국영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의 복합상영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디즈니 회장도 우리 것을 배우겠다는데 우리가 디즈니의 감성 마케팅을 벤치마킹 못할 이유가 없다. 마침 영화진흥위원회는 2016년을 목표로 부산에 ‘아시아종합촬영소’를 지을 예정이다. 부지 선정 후 매입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다. 바로 이곳에 영화촬영소와 함께 한국영화 테마파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승주 문화생활부 차장 sjha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