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성국] 해외 고급인력 유치 힘써야 기사의 사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드러진 경제 현상 중의 하나는 국경을 넘나드는 인력이동의 확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 제약산업의 연구인력이 1950, 60년대에 대거 미국으로 이동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서독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사회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의약품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다년간 신약개발에 투자한 개발비를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제약사들이 연구 인력의 급여를 감축하거나 인상을 억제하게 되자 우수 연구 인력들은 약가 상한제가 없고 신약개발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독일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미국이 세계 제약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예는 수 없이 많다. 17세기에 프랑스의 개신교도인 위그노 25만여명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 네덜란드, 프러시아로 망명하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숙련된 수공업 기술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받아들인 국가들에서는 이들의 도움으로 상공업이 크게 발전하게 되었지만 프랑스의 상공업은 타격을 입게 된 사례가 있었다.

1920년대에 세계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 독일의 바우하우스 예술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은 1934년 나치의 집권으로 학교가 폐쇄당하게 되자 예술의 자유를 찾아 대거 미국으로 향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바우하우스 초대 학장이었던 발터 그로피우스를 디자인 대학 초대 학장으로 영입하여 미국의 디자인 인력을 양성하게 하였다. 시카고로 옮겨간 바우하우스 출신들은 이곳에 제2 바우하우스 학교를 개교하였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시카고를 세계 첨단 건축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경우도 있다.

현대에 와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도 해외에서 영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의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곤은 대표적인 ‘세계인’이었다.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레바논인이었고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었다. 브라질에서 고교를 마친 그는 프랑스 대학을 졸업하고 미쉐린 타이어와 르노자동차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1999년 닛산의 CEO로 영입되어 도산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려냄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국가 간 물자와 자금, 그리고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국가 간 인력이동의 동인에는 과거에 전쟁이나 신변의 위협, 각종 규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회 또는 기업의 보상력이다. 해외 이동의 리스크를 보상하고도 남을 수 있는 물질적, 비물질적인 보상의 존재가 인력이동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력이동은 보상력이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쪽으로 국경을 넘어 흘러가는 방향성을 지닌다. 그리고 인력의 이동에는 기술과 노하우뿐만 아니라, 경영방식과 문화 이전이 수반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유능한 해외인재의 영입으로 기업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올해 안전행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약 144만명에 달하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하여 머지않아 국가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인력난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하여 외국의 고급인력을 지금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를로스 곤과 같은 고급인재들을 위해 문호를 개방할 때가 되었다. 외국인 고급인력이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와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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