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루금 복원 활발] 백두∼지리 핏줄 잇는다 기사의 사진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 일제강점기 도로 개설과 해방 이후 개발논리에 떠밀려 그동안 많이 훼손됐다. 남한 구간 강원도 고성군 향로봉∼경남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 간 684㎞ 산줄기에 63군데나 된다. 생태계 단절은 물론 민족정기가 면면히 흐르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산림청이 백두대간 마루금(산마루끼리 연결한 선) 복원사업을 공들여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단절 구간 모두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3일 오후 3시 경북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벌재의 마루금 복원사업 공사 현장에서 준공식이 열렸다. 지난해 4월 착공해 공사비 39억원을 들여 1년3개월여 만에 완공했다. 산림청이 백두대간 마루금 생태축(生態軸) 복원사업을 추진한 이후 3번째 준공식이다. 벌재 이전에 복원된 고개는 지난해 11월 충북 괴산군 이화령(梨花嶺), 지난 6월 전북 장수군 육십령(六十嶺)이다.

벌재는 국도 59호선 경북 문경시와 충북 단양군을 연결하는 고개다. 폭 70m, 높이 12∼20m로 생태축이 연결됐다. 벌재 복원은 1930년 일제강점기 자원수탈을 위해 개설한 도로로 인해 단절됐다가 83년 만이다. 고윤환 문경시장 등 주민 200여명이 준공식에 참석, 마루금 복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산림청 김현수 산림보호국장은 축사를 통해 “백두대간 생태축 연결은 한반도의 등줄기를 연결한다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회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전 구간을 잇고 훼손된 북한의 산림도 우리 기술로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십령도 중요한 고개다.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 사이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로부터 호남과 영남 지역을 연결하면서 동시에 덕유산과 지리산이라는 2개의 명산을 하나의 생태축으로 잇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인 1925년 일제가 여기에 자갈길을 닦으면서 고개의 생태축이 끊기고 말았다. 사람들은 새로 난 길을 따라 편하게 왕래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식물의 왕래는 어렵게 됐다. 백두대간의 생태축이 이곳에서 단절된 것이다.

산림청은 36억원을 들여 육십령의 지형과 식생을 복원하기로 하고 육십령 고개의 아스팔트도로 위에 길이 43m, 폭 16m, 높이 6m의 터널을 만들었다. 터널 상부는 일제가 자갈길을 닦기 이전의 높이(해발 710m)로 성토해 예전 지형을 되살렸다. 성토한 부분의 식생 복원을 위해 소나무, 병꽃나무, 덜꿩나무 등 주변 산림의 식생과 같은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1400㎞다. 이 중 남한 지역은 684㎞다. 강원도 등 6개 도와 32개 시·군, 108개 읍·면·동을 통과한다. 남쪽에 서식하는 식물은 1326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33%를 차지한다. 한국고유 특산식물은 108종으로 전체의 27%가 분포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백두대간은 일제강점기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훼손되기 시작했다. 산업화시대에 접어들어서는 개발사업 대상으로 훼손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다가 환경 및 등산단체를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한반도 미래를 위해 백두대간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정부와 학계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2003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2005년 시행령 발효로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추진됐다.

산림청은 2007년 백두대간 훼손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백두대간 보호 기본계획을 세웠다. 한국환경생태학회가 훼손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마루금이 도로 등으로 단절된 63군데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이화령과 육십령, 벌재 등을 포함해 7곳을 우선 복원하기로 했다. 경북 상주시 비재는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며, 전북 남원시 정령치(鄭嶺峙)는 내년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충북 단양군 죽령(竹嶺)과 전남 구례군 밤재도 조만간 공사가 시작된다.

훼손 지역 중 34곳은 장기적 복원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생태축 연결 시 교통안전성에 문제가 우려되고 현지 여건을 볼 때 지금의 기술로는 연결 복원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산림청은 기술 여건이 발전하는 대로 복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22곳은 생태통로 시설 등이 이미 복원된 곳으로 마루금 상층부의 산림복원이 불량한 경우 환경부와 협의해 보완 복원을 추진키로 했다.

대간은 물론 전국 13개 정맥(正脈)도 단절 구간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2017년까지 10곳이다. 한북정맥 1곳, 한남금북정맥 4곳, 금남호남정맥 1곳, 호남정맥 4곳 등이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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