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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황홀] 진홍색 장미(A Red, Red Rose)


Till a’ 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While the sands o’ life shall run.

And fare thee weel, my only Luve

And fare thee weel, a while!

And I will come again, my Luve,

Tho’ it were ten thousand mile.

로버트 번스(Robert Burns·1759∼1796)

그리운 이여, 모든 바다가 말라버리고

바위가 태양에 녹아내릴 때까지

나는 당신을 사랑할 테요. 내 사랑이여

생명의 바닷가 모래가 움직이는 동안은

잘 있어요, 나의 유일한 사랑

잘 있어요 내 사랑, 헤어짐은 잠시입니다

다시 돌아오리다 내 사랑이여

내 수만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독학으로 ‘국민시인’의 반열에 오른 스코틀랜드 방랑시인 로버트 번스. ‘진홍색 장미’라는 제목만으로도 고혹적 열정이 느껴진다. 전체 4연 중 마지막 두 개 연을 소개한 이 시의 흘러넘치는 운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행의 마지막 단어인 dear-sun-dear-run과 luve-while-luve-mile이 반복적으로 속삭이면서 최면을 걸고 있다. 이 최면적 운율은 번스의 과장과 주저함 없는 확언을 사실적으로 바꾼다.

사랑의 특징은 사실성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얼마나 대담한 확언인가. 바다가 말라버리고 바위가 녹아내릴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것은. 이런 효과를 위하여 시인은 스코틀랜드의 방언과 민요를 그대로 시어로 사용하고 있다. a’는 all, gang은 go, wi’는 with, weel은 well, o’는 of, luve는 love, tho’는 though의 방언 혹은 변용이다. 18세기 시의 대담한 파격이다.

수만리를 가면서 잠시라고 속삭이는 저 수법! 그러나 어찌 기다리지 않을 것인가. 태양이 바다를 다 말릴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데에야.

임순만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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