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선우] 전기절약 vs 에너지절약 기사의 사진

그야말로 불볕더위다. 비가 오는 날은 조금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덥기는 매한가지다. 햇살도 예전 같지 않아서 너무 뜨겁다. 아열대 기후가 되어 간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모양이다. 장마가 아닐 때는 그래도 그늘에서는 참을 만하더니 장마철이다 보니 습도 때문에 후텁지근하고 불쾌지수는 더욱 높다.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눈에도 더위에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왜 그런가 보니 전철 안도 별로 시원하지 않다. 안내방송에서는 사람들마다 냉방에 대해 느끼는 차이가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한다. 너도나도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지하철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비 오는 날이나 바깥 날씨가 조금이라도 시원해지는 날이면 지하철 역사와 차 안은 더 더워진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유로 화가 난다. 전기를 아끼라고 하니 따르기는 하겠지만, 같은 지하철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여름철 동안이라도 차비를 깎아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립대 교수인 필자의 연구실도 예외는 아니다. 28도에 맞춰 중앙통제를 하니 어떻게든 연구실을 시원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할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에는 그나마 틀어주던 에어컨도 꺼버린다. 참으로 야속하다.

행정학과 교수인 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청사에 자주 가는 편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더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자문회의에는 약하게라도 냉방을 해주었는데 요즘에는 그나마도 없어졌다. 게다가 회의하는 도중, 바깥에서 시위라도 해 확성기라도 트는 날이면 창문을 닫아야 한다. 미안한 것은 회의에 참석한 외부인들 때문에 애꿎은 공무원들의 선풍기가 어김없이 징발당한다는 사실이다. 이 기회에 선풍기를 빼앗긴 공무원들에게 사과드린다. 며칠 전 회의를 하고 나오는데 한 공무원의 말은 정말로 내 가슴을 아프게 하였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교수님,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30분도 안되어 옷이 젖기 시작하는데 하루 종일 축축한 옷 속에서 생활합니다. 점심시간 동안 에어컨 잘 틀어 주는 식당에서 한 시간 동안 옷 말리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도, 외국 선진국가들도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즐거운 일터 만들기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여서 행정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정부가 사무실 온도 때문에 모든 노력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습도가 높고 햇빛이 쨍쨍 비치는 날 오후 서쪽에 있는 사무실의 온도는 사람과 컴퓨터에서 쏟아내는 열기까지 합쳐져 거의 40도에 육박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개중에는 임신한 여성공무원들도 있고 몸이 좋지 않은 공무원들도 있을 것이다. 정말로 공무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이 대목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이 더위에 대한 고통을 전 국민들이 함께 분담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인가, 아니면 전기절약인가? 분명히 전기절약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행위는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물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 에너지 절약은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 경제수준에서 이와 같은 행태의 에너지 절약을 강행해야 할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전기가 아닌 경유를 사용하는 자가발전기를 피크타임 동안에 돌려서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정부청사도, 공기업도, 학교도 자가발전기는 있을 것이다. 모쪼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기절약이지 에너지 절약이 아님을 혼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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