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지훈] 감사원이 제 몫 다하려면 기사의 사진

암행어사 출두야! 조선시대에 지방고을 수령들의 직무를 감찰하여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어사의 등장을 알리는 소리이다. 당시 백성들은 암행어사의 감찰을 통해 벼슬아치들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부패한 지방일수록 암행어사의 출두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암행어사의 상징이 바로 마패인데, 우리나라 감사원 역시 마패를 상징 물건으로 지정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감사원 청사 정문 앞에는 말이 그려진 마패모형의 대리석 머릿돌이 있다.

최근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와 관련하여 감사원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이 사업이 추진됐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과 4대강 사업 간에 연관성이 크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들었던 국민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감사 발표의 시기가 이 전 대통령 때와 지금 박근혜 대통령 때라는 차이를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상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에 따라서 감사원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의회 직속으로, 아니면 독립기구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 개정의 문제일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과 활동의 여러 측면에서 신중한 설계와 구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이다. 무엇보다 헌법상 기구를 함부로 뜯어고치다가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우리 헌정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의 주된 역할이 공무원과 행정기관 등의 직무감찰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는 감사활동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감사활동의 본질이 비위사실을 확인해 잘잘못을 가리는 것인데, 감사활동 자체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에는 감사의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 이번 4대강 사업 관련 감사와 같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감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는 감사활동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사라고 하더라도 부실 원인을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하고 성과가 미비한 경우에는 그 감사의 의의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스스로 4대강 사업을 부단히 연구하여 최초의 감사와 결과가 달라진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정도로 전문성이 높았더라면 이번 감사결과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는 감사활동의 결과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검사해 달라는 것과 공무원들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게 엄정하게 감찰함으로써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번 감사처럼 국민의 이익보다는 정권에 이득을 안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감사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 아무리 감사원장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 하지만 헌법제정 권력자인 국민을 바라보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훌륭한 암행어사가 출두하여 나라의 잘못된 많은 문제점들을 바로잡아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억울하게 옥에 갇힌 춘향이를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이 구해주듯 세금을 탕진하고 월권을 일삼는 불량 공무원을 제거해 달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게 뭔 어사출두냐”며 감사원을 비아냥거리는 국민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박지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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