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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황홀]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Who Has Seen the Wind?)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t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ugh.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you tor I:

But when the trees bow down their heads,

The wind is passing by.

크리스티나 로세티 (Christina Rossetti 1830∼1894)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나도 당신도 보지 못했죠

그러나 나무 잎사귀들이 흔들릴 때

바람은 그 사이로 지나가지요.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당신도 나도 보지 못했죠

그러나 나뭇가지가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이 그 사이를 지나가지요.


영국문학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여성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크리스티나 로세티. 운문과 산문을 섞은 일기체 시집 ‘시간은 유수같이(Time Flies)’가 유명하다. 앨프레드 테니슨을 계승할 유망한 계관시인 후보로 여겨졌으나 암에 걸려 고생하다 1894년에 세상을 떠났다.

영혼의 순수성을 추구하면서 고요하게 성녀 같은 삶을 살았지만 적지 않은 시에서 끓어오르는 열정과 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판적 감수성과 유머감각도 풍부했다.

나무 잎사귀가 흔들리는 것에서 바람을 본다는 이 시의 날렵함은 세계의 시사(詩史)에 기록될 만큼 돋보인다. 많이 익은 시편이어서 그렇지, 이런 시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군더더기라고는 한 단어도 들어있지 않은 깨끗한 시. 세계문학사에서 여러 작품으로 이어지면서 계속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을 느꼈을 때 이미 바람은 그 사이로 지나갔답니다.

임순만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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