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황태순] 이 또한 지나가리니 기사의 사진

정확히 8개월 전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대선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우선, 현행 헌법 아래에서 치러진 대선 중에서 유일한 과반득표(51.6%) 대통령이 나왔다. 둘째, 현직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9월에는 5·16쿠데타와 유신 그리고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사반세기 정치사를 돌아보면 역대 집권세력들은 예외 없이 두 가지 함정에 빠지곤 했다. 첫째는 근거 없는 우월감이다. ‘우리는 이전 정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정권은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 자신감이다. 이전 정권은 무능하고 개혁의 대상일 뿐이며, 자신들은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그랬다. 역사상 첫 번째 문민정부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는 물론이고 그 이전 이승만 대통령도 실패한 독재정권으로 치부했다. 거칠 것이 없었다. ‘신한국 창조’ 기치 아래 지난 역사를 다 헤집어놓았다. 그러나 결과는 보수 진영의 분열이었고, 최종 성적표는 IMF 환란과 정권을 잃은 것이다.

김대중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헌정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정부’임을 자부했다. 내용적으로는 5·16쿠데타의 주역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합을 했지만 말이다. 성격이 모호한 ‘제2의 건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2000년 총선 때는 낙천낙선운동을 노골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보수 진영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제2건국’의 흐름은 노무현 정부로 직결된다.

노무현 정권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순전히 민주 진영의 역량만으로 정권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했다. 자신들의 순수성에 도취됐던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권조차 대북송금 특검으로 걸었다.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시기로 규정하며 보수 진영과 맞장뜨기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내부 분열과 상대 진영의 결집을 촉발하며 정권을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선 최대 득표 차(531만 표)로 집권했다. 좌파정권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는 우쭐함까지 더해 파죽지세로 시작했다. 정권출범 직후 있었던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親朴)학살’을 감행했다. 하지만 역풍을 맞았던 이명박 정권은 곧이은 촛불시위에 무릎을 꿇으며 5년 내내 정치력 부재 속에서 임기를 마쳐야 했다.

최근 박근혜정부의 호흡이 거칠다. 당초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그리고 평화정착과 통일기반 구축을 4대 국정 기조로 출범했다. 하지만 의욕은 앞서는데 우리의 체질과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 슬슬 조바심이 날 때도 됐다. 숨결은 가빠지고 운신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정부와 ‘NLL 대화록’을 두고 사생결단의 대결을 벌인다. 이명박정부와도 ‘4대강 감사’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국강병 정책을 승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거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복지공약 134조원과 지방공약 124조원을 5년 임기 중 어떻게 마련할지 오리무중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다윗의 반지에 새겼던 문구다. 승리에 도취했을 때 자만심을 억제하고, 실의와 절망에 빠졌을 때 위로받을 수 있다는 솔로몬 왕자의 지혜가 빛난다. 박근혜 대통령께 지난해 8월 20일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문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유 드린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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