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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28) 티머니 기사의 사진

도시의 아침은 ‘삑’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버스, 지하철이 사람을 실어 나르는 사이에 단말기가 부지런히 삑삑거린다. ‘티머니’는 도시의 이동 체계를 통합하여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뛰어난 해결책이다. 무뚝뚝하지만 빠르고 똑똑한 지불 기술이다.

‘티머니’의 이미지는 오직 ‘t’자 하나로 통한다. 한때 ‘i’, ‘e’를 낱말 앞에 경쟁적으로 붙이곤 했으니 이니셜, 초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알파벳 ‘t’를 변형한 그래픽은 전달효과가 높다. 게다가 비접촉식으로 인식되는 티머니는 가방 안에 들어 있어도 문제없기 때문에 카드 표면 그래픽이 큰 의미가 없다. 결국 티머니 사용자들은 오직 ‘삑’과 ‘t’로 시스템에 연결된다. 과정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사운드와 이미지보다 더 중요한 점은 카드를 ‘찍는’ 행위의 디자인이다.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구입과 검표 과정을 1초 만에 끝낸다.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대신 지불 감각이 둔해진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흔히 겪는 일이다. 명세서를 받기 전까지는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티머니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일찌감치 이런 경험을 한다. 간편한 지불에 익숙해지는 한편, 과정의 경험이 삭제되고 소비 감각이 무뎌진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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