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기정] 日 아베의 대승이 뜻하는 것 기사의 사진

2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었다. 자민당은 단독 과반수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을 차지하게 되어 일본정치의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중·참의원의 여소야대 현상을 종식시키고 중·참의원의 다음 선거가 예정된 2016년까지 안정적인 정국운영이 가능해졌다.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아베노믹스에 전면 반기를 들었던 민주당이 참패한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지난 연말의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일본 국민은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향후 아베노믹스는 더욱 강력히 추진될 전망이다.

아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헌법개정 문제는 만만치 않은 민심을 만나게 되었다. 아베는 자민당의 승리가 예견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개헌 문제를 선거 이슈로 들고 나왔으나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우선 투표율이 50%를 근근이 넘겨 역대 3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으며, 개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부터 자민당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디플레이션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운동에서 경제정책에 집중했던 선거정국 전반에는 자민당의 단독 과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될 정도였으나 아베 총리가 개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16일 이후 자민당의 승리 기대치는 ‘압승’에서 ‘대승’ 정도로 낮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구나 개헌에 적극적인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의 의석수를 합쳐도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에 못 미치게 되어 일단 참의원에서의 개헌발의는 어렵게 되었다.

투표율이 낮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참의원에서 개헌 발의를 이끌어내더라도 국민투표에서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헌법 제9조의 평화조항 개정에 반대하고 있으며, 자민당 내에서도 헌법 개정에 소극적인 그룹이 존재하고 있어 아베 총리가 개헌을 추진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개헌 정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기껏 다져 놓은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에 가깝다.

그 대신 아베의 색깔은 안보 외교 정책에서 전면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3년 동안 아베의 일본은 글로벌 수준에서는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동아시아의 지역적 수준에서는 중국에 대한 포위망의 구축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북·일 관계에서도 변화를 모색하려 할 것이다. 이는 한국 외교에게는 기회이자 딜레마가 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한편 역사 및 영토문제에서의 진전이라는 원칙을 한·일간 관계개선에서 오는 실리에 앞세우는 박근혜정부의 대일 외교는 역사 문제와 관계개선이 맞교환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간 역사 문제와 안보 외교 문제는 차수가 낮은 방정식이 아니라 고차원 방정식 속에서 해답을 추구해야 할 문제이다. 역사 문제와 분리하여 외교 안보 문제에서의 신중한 접근과 이를 위한 신뢰의 회복을 대일외교에서 추구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한국이 협조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북·일 관계 개선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간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동북아에서 다자외교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이 개헌정국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갈 것이며, 이것이 동아시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선거 전의 예상은 비켜나갔다. 오히려 아베의 3년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동아시아의 3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틈새에서 한국 외교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남기정(서울대 교수·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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