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토미 더글러스와 홍준표 기사의 사진

“무상의료보험은 기득권층의 반발에 맞서 꾸준한 설득을 편 소통능력의 산물”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2004년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을 선정했다. 1등은 팝 가수 셀린 디온도,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도 아닌 ‘의료보험의 아버지’ 토미 더글러스였다. 그는 1944년부터 17년간 캐나다 중부 대평원의 서스캐처원주(州) 주지사로 일하면서 북미대륙에서 처음으로 무상 의료보험을 도입한 인물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1904년 태어난 토미 더글러스는 7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정착했다. 토미는 로버트 번스의 시를 수백편이나 암송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웅변과 연극에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무릎 부상에 이은 골수염으로 입원과 퇴원을 거듭한 끝에 다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토미가 10살이던 때 한 유명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실험적 무료수술을 제안한다. 조건은 의과대 학생들이 수술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수술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토미는 장차 “누구나 경제력에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는 무엇이든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실천해 갔다(데이브 마고쉬, 2012, 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 낮은산).



토미는 가난한 가정형편 탓에 약국 사환이나 인쇄소 견습공으로 일하면서도 학교공부와 침례교회의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인문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브랜든 대학교를 졸업한 후 침례교 목사로 활약했다. 토미는 대공황으로 고통받는 농민과 실직자들을 보면서 기존 경제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신념이 굳어졌다. 그는 정치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새로 창당한 CCF의 자문위원이 된 데 이어 1935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된다. 그는 1944년 지방선거에서 CCF의 대승리를 발판으로 주지사가 된다.



새 주정부는 무상의료에 적대적인 기업가들, 언론 및 연방정부와 맞서야 했다. 그는 집권 첫 해부터 무상 의료보험의 첫 걸음인 입원치료 무상화를 비롯, 교과서 무상제공, 공기업의 확대, 공무원의 노조설립을 허용하고 2주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노동법 통과 등 선거공약을 실천해갔다.



더글러스 주지사는 미혼모, 노인에 대한 무상의료, 암과 정신질환에 대한무상치료 등 소규모 의료 개혁을 꾸준히 시행했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인당 5달러의 보험료를 거뒀고, 한시적으로 매출세를 도입했다. 전 주민 무상의료제도가 1962년 7월1일 도입됐다. 의사들은 “좌파 정권이 의사를 주정부 공무원으로 전락시킨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주 정부는 대체 의료진을 주로 영국으로부터 데려왔다.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가 속출하는 등 힘겨운 한 달 간의 파업 끝에 동력을 잃은 의사들은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토미 더글러스의 정치적 자산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에 대한 뚜렷한 소신과 철학, 대중과의 소통능력, 그리고 목사와 연기자로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유머감각이었다. “웃음을 주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입니다” “국민을 먹이고, 입히는 것보다 자기 의석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곳이 의회인가요. 미안합니다. 전 유치원인 줄 알았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지방의료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그는 도의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증세나 고통 분담에 반대할 기득권층 대신 지방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겨냥했다. 홍 지사는 면밀한 경영 분석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진주의료원 누적적자의 원인이 과도한 복지를 누린 노조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다. 누적적자의 원인이 노조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그들을 의료계의 기득권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무원의 임금이 인상되는 동안 공공의료원 직원임금은 동결됐다. 과도한 복지혜택은 그 반작용인 측면이 있다.



정치인으로서 토미 더글러스의 남다른 점은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기득권층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비전과 정적은 물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자세와 능력이 두드러졌다. 국내 정치인 가운데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정말 없을까.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