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책의노래 서율’ 아름다운 문학의 향기 노래로 전한다 기사의 사진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지난 2008년 12월 정호승 시인이 쓴 ‘넘어짐에 대하여’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가 서울맹학교 백송관에 울려퍼졌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은 점자로 가사를 읽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는 노랫말이 아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공연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면서 한 아이가 방금 들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책의노래 서율’ 대표 이수진(35·여)씨는 이 공연을 통해 감동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본 뒤 ‘아름다운 문학의 향기를 노래로 전하는 일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했다.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책의노래 서율’은 문학을 노래하는 밴드다. 글 서(書), 음률 율(律)자가 합쳐진 밴드 이름처럼 이들은 시와 소설, 수필에서 가사를 따와 직접 곡을 붙이고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김재진 시인의 ‘토닥토닥’이나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 같은 작품이 이들에 의해 노래로 재탄생했다.

서율은 2008년 서평 동호회에서 시작했다. 방송국 리포터로 일하던 이수진씨는 서평 모임 회원들과 문학에 멜로디를 입히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이후 서정적인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가 입소문을 타면서 서율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갔다. 공연을 본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이씨에게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연을 하라”고 조언했다. 결국 ‘책의노래 서율’은 ‘문예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011년 6월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서율은 좀처럼 ‘공연’을 접하기 힘든 시골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간다. 지난해 9월 25일에는 전남 나주를 찾아 순박한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 가운데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두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사는 노인들 앞에서 무료로 공연도 한다. 지난 5월 21일에는 경기도 양주의 한 도서관에서 갓 군에 입대한 신병들을 위해 ‘말년 병장의 편지’라는 단막극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달 16일엔 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을 만났고, 29일에도 경기도에서 북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작가이자 기타리스트인 김대욱(32)씨는 “책에서 뽑아낸 노랫말이 듣는 이에게 위로가 되고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기쁘다”며 웃었다.

정규 1집에 디지털 싱글 1·2·3집을 낸 5년차 ‘중견밴드’지만 아직도 서율 멤버들은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도서관 마을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책과 노래로 소외계층에게 다가가는 장기 전략이다. 이씨는 “김재진 시인의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는 시처럼 아프고 지친 이를 다독이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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