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교회와 재정 투명성 기사의 사진

재정투명성 문제는 한국교회의 아킬레스 건 중 하나다. 무슨 대단한 비리나 범죄가 감춰져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상식이나 법 수준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어서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시빗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회계는 분쟁의 씨앗

일부 목회자가 도덕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닌데도 회계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사법처리 선상에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몇 년 전 횡령 의혹으로 고발사태가 벌어졌던 서울의 한 교회도 비용지출 증빙을 제대로 하지않은 게 화근이었다. 다른 교계 단체도 공금과 생활자금을 한 통장으로 관리한 게 문제가 됐다.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으나 그동안 교회가 입은 손실과 추락한 대외적 위상의 회복은 쉽지 않다.

최근 발생하는 교회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대부분 재정 문제로 확대되는데, 수사기관에 재정 의혹을 고발함으로써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발 전에 상대방을 협박해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공금 횡령처럼 명백하고 의도적인 범죄가 아니라 과실 수준의 문제라면 공갈 협박이라 생각할 뿐 물러설 리가 없다.

그러나 재정 문제로 일단 고발이 되면 교회 내부의 갈등과 분쟁은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건너는 것과 다름없다. 재정 문제는 대부분 고소가 아닌 고발사건이어서 취하를 해도 수사는 계속된다. 수사가 시작되면 상대방은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후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한번 뒤집어쓴 오명은 씻기 힘들다. 인터넷 익명성의 확대가 마녀재판식 여론재판을 더욱 횡행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재정 문제를 적극 공략하는 이단세력도 있다.

비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현행법을 어긴 사실이 있어 사법처리를 받게 되면 화해는 더욱 힘들어진다. 차라리 명백한 비도덕적 범죄행위라면 고발한 쪽이 도덕적 우위라도 점할 수 있을 텐데 이 경우는 이도 저도 아니다. 감정 대립만 격화될 뿐이다.

재정과 회계가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이유만으로 성도들은 마음이 떠날 수 있다. 주위의 젊은 성도들 중에는 다니던 교회에 비리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교회를 옮기는 이들도 있다. 또 교회 재정이 투명하지 못하면 일부 부도덕한 교역자에 의한 재정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힘들다. 재정을 투명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면 사회적 논란이나 시비의 소지뿐만 아니라 불의의 사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 재정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계 차원에서 대안 마련할 때

문제는 교회의 재정 투명성 강화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력과 재정이 충분한 대형교회와 달리 작은 교회들은 의지가 있어도 실행이 쉽지 않다. 연합기관이 앞장서고 정부와 대형교회들의 지원과 협조를 이끌어내서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재정 관련 기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는 이미 빌리 그레이엄 목사 주도로 설립된 미국의 민간 재정감사기구 ECFA(Evangel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ntability)를 주목하고 있다. 1500여개 단체가 가입돼 공동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회계감사도 실시하는 ECFA를 모델로 삼아 한국적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창안해내기를 기대해본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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