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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29) 아파트 단지 이미지

[디자인의 발견] (29) 아파트 단지 이미지 기사의 사진

거인,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인기다. 여기에는 몸집이 큰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이 병존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우화 ‘저만 알던 거인’을 보면 결국엔 거인이 대중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정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못마땅해서 담을 둘러친 거인은 성채사회(gated community)로 불리는 아파트 단지와 닮아 있다.

한 지하철역의 주변지역 안내도는 아파트로만 가득 차 있다. 그래픽의 멋이라든가 지리적 정보 전달과는 거리가 멀다. 아파트를 찾아가는 출구를 확인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아파트 단지가 형성된 지역이라면 이와 비슷한 이미지일 것이다.

넓은 땅에 거대한 벽들이 도열해 있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위압적이고 폐쇄적이다.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박철수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건축가의 능력이나 감각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거대한 벽들 사이에서 자란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공간의 이미지는 분명히 계획된 조경, 건축 디자인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만 편리함과 수익을 좇은 공급자와 수요자들의 합작이기도 하다. 그래픽디자이너는 그 결과를 안내도에 그대로 담아내었다. 지속적으로 거인들을 창조하는 도시에서는 더 나은 안내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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