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규] 유엔군사령부 해체론의 저의 기사의 사진

지난달 21일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은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 완화, 평화·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는 문건을 읽었다. 6·25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주한 유엔군 전투 병력이 각자 자국으로 돌아간 지 오래 되었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사령부와 의장대뿐인데도 북한이 그 해체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 휴전협정의 당사자 중 일방이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휴전협정은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의용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양자 간 합의로 돼 있다. 법의 일반원칙상 별도 합의 없이 합의의 일방 당사자가 소멸하면 합의 자체가 소멸하게 된다. 북한이 유엔군사령부 해체에 목을 매는 것은 휴전협정의 일방 당사자의 소멸을 통해 협정 자체를 소멸시키려는 데 그 저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언동을 보면 북한은 휴전협정이 소멸되기만 하면 한반도는 전쟁상태로 복귀해 북한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전쟁을 재개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중대한 인식 착오다. 한국 휴전협정은 ‘최종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다(전문). 이것은 한국 휴전협정이 전투의 잠정적 중단이 아니라 전쟁의 종결을 의도한 것임을 뜻하는 내용이다.

내용면에서 한국 것과 흡사한 예가 1949년 체결된 이스라엘·이집트 휴전협정이 있다. 이 협정 발효 후인 1951년 이집트가 이스라엘 화물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차단한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다룬 유엔 안보리는 그해 9월 1일 채택된 결의 제95호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근 2년반 동안 존속해 온 휴전체제는 항구적 성격을 지닌 것이어서 당사국 중 어느 쪽도 자국이 활성적인 교전자라고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없고 또한 그 어떠한 적법한 자위 목적을 위해 임검, 수색 및 나포의 권리를 행사할 것을 요구할 수도 없다’. 1949년 체결된 이스라엘·아랍제국 간 일반 휴전협정, 1953년 체결된 한국 휴전협정은 ‘항구적 성격’을 지닌 것이며 적대행위의 일시적 정지가 아닌 전쟁의 종결을 규정한 것이다.

북한이 유엔군사령부 해체에 집착하는 것은 1950년 10월 7일 채택된 유엔 총회 결의 제376호(Ⅴ)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가. 이 총회 결의는 유엔군이 38선을 돌파해 이북으로 진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다. 6·25전쟁은 한국 측의 자위권 행사였지만 국지전이 아닌 전쟁 규모의 것이었기에 당연히 ‘침략의 원점’, 다시 말해 북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전을 우려한 인도 등 일부 국가가 유엔에서 38선 돌파를 반대하고 나서서 무엇인가 근거가 있어야 했으며 그 근거로 채택된 것이 이 결의다. 이 결의는 한국 내의 안정상태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 한국에 통일·독립·민주적 정부 수립을 위해 모든 입헌적 행위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을 천명한 후 유엔군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의 어느 부분에도 잔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결의에 대해 주한 유엔군의 임무를 한국 내의 정치적 안정 및 통일에 대해서까지 확대시킨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결의가 유엔군의 38선 돌파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 주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는 사실,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후 통일 문제는 당사자 간 직접교섭 사항으로 변했다는 사실, 군사적 실력 기관인 유엔군이 통일 문제에 개입함은 평화적 통일 원칙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그런 해석은 착시라고 본다. 이 총회 결의는 유엔사 해체론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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