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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황홀] 그냥 한마디 할게요 (This is just to say)


I have eaten

the plums

that were in

the icebox

and which

you were probably

saving

for breakfast

Forgive me

they were delicious

so sweet

and so cold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

아이스박스

속에 있던

자두를

먹어버렸소

아마도 그대가

아침에 먹으려고

보관해둔

것일 테지요

용서해 주길 바라오

자두는 참 맛나고

아주 달콤하면서도

엄청 시원했다오.


처방전에 시를 적어주었다는 일화가 있는 미국의 의사 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초기에는 에즈라 파운드의 이미지즘의 영향을 받아 구어체 문장의 난해한 이미지 시를 구사했으나 나중에는 일상성을 강조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시를 썼다. 교육 수준이 높은 소수의 독자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스냅 사진처럼 순간을 포착하는 구체성이 강한 시편들이 특징. 그러나 그의 스냅은 이면에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이 시도 산문으로 옮겨놓으면 단 세 문장. 단어도 28개에 지나지 않는다. 냉장고에 있는 자두 몇 개 먹었소. 아침에 먹으려고 넣어둔 거겠지요. 용서해 주오, 너무 달고 시원했소이다. 이게 전부다. 그러나 쉬움이나 평이함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읽을수록 의문이 따라붙는다.

누구에게 남긴 글일까. 연인일까 아내일까. 왜 몰래 먹었을까. 진정 용서를 바라는 걸까. 상대가 용서해줄까. 시인은 유머를 잘 하는 사람일까. 마지막 연은 왜 에로틱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까. 또 먹고 싶은 걸까. 메모일까 연애편지일까. 이런 것도 시일까?

임순만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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