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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30) 우산 비닐 포장기

[디자인의 발견] (30) 우산 비닐 포장기 기사의 사진

비 오는 날 건물 입구에는 어김없이 비닐로 우산을 감싸게 해주는 기구가 놓인다. 짧은 우산, 긴 우산으로 분류돼 있고 위에서 우산을 꽂으면서 앞으로 당기는 간단한 방식으로 디자인돼 있다. 우산을 갖고 출입하는 사람뿐 아니라 건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적절한 해결책이다.

우산 비닐 포장기라고 불리는 이 기구는 외형의 디자인보다 그것이 출입구에 놓이는 상황에 관심이 간다. 비 오는 날 아침 일찍 누군가 그 기구를 건물 입구에 갖다 놓고, 비닐이 부족하면 채워 넣고, 버려진 비닐을 주워 담고, 비가 그치면 그 기구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갖다 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매트도 깔았다가 비가 그치면 둘둘 말아서 보이지 않게 처리한다. 게다가 포장기만 하더라도 누군가 처음 디자인했고, 누군가 개선해서 우리가 잘 사용하고 있다.

너무나 일상적인 서비스가 되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닐을 사용하는 방식에 불평들이 많지만 정작 건물 입구에서 정성껏 비를 털고 우산에 딸린 커버로 잘 싸서 들고 다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우산 비닐 포장기를 대신할 새로운 장치나 제도를 실현하지 못한 채 게으르기까지 한 우리는 ‘누군가’의 수고에 의존해서 그나마 우아하게 우산을 들고 다닐 수 있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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