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목회자와 세금 2 기사의 사진

작년 8월 초 ‘삶의 향기’에 ‘목회자와 세금’이란 글을 썼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여론몰이를 통해 목회자 등 종교인 과세를 관철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서두르지 말고 교회의 주장을 더 들어보라는 것이 칼럼의 골자였다. 1년 만인 지난 8일, 2015년부터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기로 한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한국 교회는 정부 방침을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국민일보 종교국이 몇몇 교회 연합기관과 목회자들을 취재한 결과 목회자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목회자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것이 세법에 합당한지, 이번 조처가 향후 한국 교회의 세 부담을 늘리기 위한 단초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세금 절대불가’를 고집하는 소수의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교회 세금 논란 탈피 계기

종교국의 취재를 총괄하는 데스크로서 나는 목회자 과세를 적극적으로 반긴다. 무엇보다 이번 세법 개정을 계기로 목회자는 물론 한국 교회가 세금 논란에서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목회자와 세금은 늘 껄끄러운 함수였다. 세금은 한국 교회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핵심 의제였다. ‘1년에 수억, 수십억원의 헌금이 들어오는데 왜 세금은 내지 않느냐’는 것이 안티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교회의 현실이나 목회자들의 과세 여부 등 팩트는 감안하지 않고 ‘목회자=탈세’라는 관점에서 공격해 왔다.

실태를 보자. 한국 교회 목회자들 중 70∼80%는 면세기준(4인 가족, 연간 1832만원, 2012년 현재)에 미달되는 사례비를 받고 있고, 어지간한 중대형 교회는 이미 스스로 납부하고 있다. 영락교회 새문안교회 지구촌교회 명성교회 백주년기념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경동교회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연동교회 주님의교회 높은뜻숭의교회 등이 그 사례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처럼 수십년 전부터 교단 차원에서 자발적 납세를 실천해 오고 있는 곳도 있다.

교회는 세원 아닌 사역기관

그럼에도 교회는 세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속만 끓였다. 세금에 관한 한 한국 교회 전체의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명료해졌다. 과세 대상 목회자는 납세의무를 실천하면 되고, 대상이 아니면 떳떳하게 내지 않으면 된다. 한국 교회가 세금에 더 이상 발목을 잡힐 일이 없다. 다행인 것은 세정 당국이 종교인 과세를 세수 증대의 수단이 아니라 조세형평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연 사례비 4000만원 미만의 목회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등 종교인 전체의 납세로 얻는 세수 증가분이 연간 100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국민일보 8월 9일자 25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징세 당국이 교회를 일반 법인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선교와 구제 등 사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교회를 또 하나의 ‘신규 세원’쯤으로 간주하고, 담임 목회자를 마치 ‘법인 대표’로 판단하지 않을는지 걱정이다.

만약 그런 움직임이 시도된다면 정부와 교회, 사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45년 만에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는 엄청난 후폭풍만 초래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목회자 과세를 둘러싼 유일한 근심이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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