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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31) 기차역사

[디자인의 발견] (31) 기차역사 기사의 사진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의 생산’에서 “공간은 생산물이자 생산자이고, 경제적 관계, 사회적 관계의 토대”라고 했다. 여러 공간들이 사회적 힘, 정치적 힘에 의해 생기고 다시 이들이 합병, 왜곡되면서 일상적인 현실(시간표)과 도시 현실(일터, 여가활동 장소 등을 이어주는 경로)이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한다. 기차역은 이러한 관계의 역사가 모두 녹아 있는 공간이다.

‘철도 여행의 역사’를 쓴 볼프강 쉬벨부쉬에 따르면 서구의 초기 기차역은 고전적 장식의 석조 건물이었다고 한다. 강철 기계와 도시 사이의 급격한 시각적 변화를 완충하는 건물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의 기차역은 어떤가. 지역 경제와 직결되어 그 지역이 겪는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정읍역만 하더라도 한때 정주역으로 바뀌었다가 정주시와 정읍군이 합쳐지면서 다시 정읍역이 되었다. 역사가 전통건축의 모양새인 것은 1980년대 초 공공건물에 작용한 ‘전통’이라는 압력 때문일 것이다. 건물에 어울리지 않게 큰 간판은 철도공사가 2007년에 코레일로 CI(기업이미지)를 바꾸는 한편 LED 내부 조명을 이용한 간판을 권장한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KTX가 등장한 이래 역마다 희비가 엇갈리게 됐는데 정읍역은 호남고속철의 KTX 역사를 짓고 있다. 정읍역사도 곧 낯선 이미지로 대체될 것이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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