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일석이조의 묘수 기사의 사진

‘한국 워킹맘, 하루 227분 무보수 가사 노동’. 며칠 전 눈길을 ‘확’ 끄는 제목에 이끌려 메일을 열었다. 지난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한 것이었다. 뉴스는 아닌 셈. 제목에 낚였다.

아침에 출근해 처음 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서 이메일을 점검하는 것이다. 지난밤에 확인했으니 예닐곱 시간 만인데도 100여통씩 들어와 있곤 한다. 스팸 메일, ‘영양가’ 없는 메일들은 휴지통으로 직통. 그리고 나머지는 제목에 따라 ‘클릭’. 메일 보내는 이들도 이런 사정을 아는지 제목만 그럴 듯한 것들이 꽤 된다.

이왕 열어본 메일이니 읽어 봤다. 늘 듣는 얘기인데도 울컥 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요리 청소 육아를 위해 하루 45분 투자한다. 세계 평균은 131분이다. 반면 한국 여성들은 하루 227분 가사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가사노동을 5배나 한다는 얘기다.

메일이 한국 여성의 불평등한 일상을 빌미로 알리고 싶었던 것은 여성들의 재취업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세계 최대 사무 공간 컨설팅 그룹 ‘리저스’가 전 세계 비즈니스맨 2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여성들의 재취업 활성화 요건으로 응답자들은 장소의 유연성(92%·이하 복수응답), 가까운 놀이방 시설(85%), 출장 대신 화상회의 이용(79%) 등을 꼽았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동인구 증가 덕분(인구배당효과)에 빠른 성장을 했던 한국은 2018년부터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앞으로 20년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1%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성이 49.9%, 남성은 73.3%다.

경제 관련 연구소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는 출산율도 높인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주요 OECD 국가들 중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국가에서 합계출산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인구 감소와 저출산,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유연한 근무제도 도입, 직장 탁아소 건립, 육아 휴직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닦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미래의 이익을 위해 당장 손해를 감수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보다 좀 더 배려해줘야 하고, 좀 덜 일을 시켜야 한다면 여성을 환영할 기업은 드물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의 선행(?)을 기다리기에 앞서 남편들이 나서 보자. 남편과 아내가 가사노동을 절반씩 한다면 육아를 위해 퇴직하는 여성들이 줄어들어 ‘M자 곡선’은 완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20대 때 경제활동이 왕성했다가 30대 들어 출산, 양육 부담으로 급감한 뒤 40∼50대 들어 다시 높아지는데, 경력단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상당히 크다. 또한,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두려워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다.

하루 45분 하던 가사노동을 130여분으로 늘리라는 것은 ‘아내와 휴가를 가느니 차라리 일하겠다’고 농담하는 이 땅의 기혼남성들에게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딸을 위해 앞치마를 둘러라.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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