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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스포츠] 빠르고 강함 이기는 느림미학


지난달 28일 잠실구장. 한 지붕 두 가족인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라이벌전 선발투수는 유희관(27·두산)과 리즈(30·LG)였다. 유희관의 직구는 빨라야 시속 130㎞대 후반이고, 즐겨 던지는 슬로 커브는 78㎞. 반면 리즈는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시속 162㎞를 자랑하는 광속구 투수다. 하지만 결과는 유희관의 승리였다. 유희관은 초반부터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전력투구했지만 전광판에 찍힌 최고 구속은 고작 132㎞. 5⅓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도 절묘한 제구력을 앞세워 3실점, 두산의 7대 4 승리를 이끌었다.

14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시즌 12승째(3패)를 거둔 류현진(26·LA 다저스)도 강속구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다. 이날 메츠의 선발 투수 맷 하비는 직구 평균 구속이 156㎞로 류현진에 비해 월등했다. 그는 류현진의 직구와 비슷한 구속인 146㎞나 되는 슬라이더를 곁들이며 다저스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결과는 류현진의 완승. 류현진은 국내에서 98승을 거두면서 얻은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과 구속을 뚝 떨어뜨린 체인지업을 앞세워 사이영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하비를 돌려세웠다.

근대올림픽 표어는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다. 하지만 유희관과 류현진을 보면 운동세계에서 이 말이 항상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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